경남의 한 초등학교, 백사장 위에 세워진 사연

문운주 2023. 10. 1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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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섬 여행 ③ 장사도] 유람선 타고 들어보는 한산섬 이야기

[문운주 기자]

▲ 연필등대 유치환, 박경리와 김상옥 등 문학인을 배출한 곳이다. 연필 등대는 문학의 도시를 상징한다.
ⓒ 문운주
       
'한산도 대첩'은 통영한산도 앞바다에서  조선 수군이 왜군을 크게 무찌른 해전이다. 이순신은 왜선 73척, 수군 9천여 명을 유인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중 하나다. 한산도 산 꼭대기에 기념비인 한산대첩비가 세워져 있고 뒤편에는 영정을 모신 제선당이 있다. 

한산도는 부속 섬 219개  그중 11개가 유인도다. 34개 마을로 인구는 2천여 명이 거주한다. 임진왜란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섬 곳곳의 마을 지명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왜군이 피해 도망가다 길을 물었다고 해서 무르개, 군수품 하치장이 있었던 함포, 진을 친 곳이어서 진도, 물량창고가 있었던 창동, 망을 봤다 해서 망산이다.

한 때는 초등학교가 14개나 있었다. 2011년에 3개, 2012년에는 1개 교만 남았다. 중학교가 1개  있다. 학생 수가 9명이고 선생님이 9명이다. 학생들은 통학선을 타고 등교한다. 2023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했다.

지금은 폐교되어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로 운영 중인 용호 초등학교 이야기는 개인 간, 지역 간 얽힌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설립 당시, 용초 마을과 호두 마을은 서로 자기 지역에 학교를 유치하고자 한다.

마을 유지들이 나섰지만 갈등만 계속되다가, 결국 타협점으로 중간 지점인 바닷가 백사장에 학교를 세웠단다. 학교 이름도 마을 이름의 앞 자를 따서 용호초등학교라고 지었다. 두 마을은 학교 문제만이 아니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는데, 그 이름에서 보듯이 용초의 용과 호두의 호랑이, '용호상박'(중국 고사에서 비롯된 용어로, 용과 호랑이가 싸우듯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뜻)이어서다.

이렇듯 지나는 섬마다 안고 있는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선장님의 유머를 곁들인 역사와 문화, 삶이 묻어있는 입담이 가슴을 찌른다. 

한려수도의 절경과 동백이 가득한 섬 장사도
 
▲ 인어 공주 상 장사도 내리는 선착장 입구에 세워져 있다
ⓒ 문운주
    
▲ 장사도 소덕도와 대덕도, 멀리는 매물도와 소매물도까지 볼 수 있다,
ⓒ 문운주
 
긴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닮아 잠사도라고 불렸으나, 일제강점기 한 직원이 섬 이름을 등록하다가 누에 '잠'이 어렵자 길 '장'을 붙이는 바람에 장사도가 됐다는 말이 전해진다. 1980년까지는 열 네 가구에 80여 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무인도로 전락하자 섬은 사유지가 되었고 2005년부터 관광 섬조성사업에 들어가 2011년 '장사도 까멜리아'가 탄생하게 된다.  이곳 내리는 곳에서부터 안내 지도를 따라 1~18번까지 번호순으로 천천이 걷다보면 어느듯 종착점에 이른다.
 
▲ 장사도 무대공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의 모습이다. 한 점의 조각 같다.
ⓒ 문운주
 
▲ 장사도 야외공연장 머리 12 등 조각이 세워져 있다.
ⓒ 문운주
   
조용한 섬에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길거리 버스킹이 아닌 무대 공연이다. 관중은 한 사람도 없다. 동백나무 사이를 뚫고 산책하는 관광객들의 가슴을 적신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조각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연주하는 조각상이다.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중앙광장에 이른다. 높지 않지만 가파른 길이라 숨차다. 야외광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머리 조각들이 남쪽을 향하여 서 있다. 조각가 한 분이 제작한 야외공연장 '머리 12'다. 작품마다 주제가 있다. 쓰레기, 책, 포켓, 별자리... 작가가 머리 12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다. 

해발 108m의 작은 섬에  크고 작은 전망대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 미인도 전망대에서 보면 소덕도와 대덕도, 멀리는 매물도와 소매물도까지 볼 수 있다. 선장님의 단골 메뉴, 날씨가 좋다면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 동백나무 동백나무 10여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곳이다. 별명아ㅣ까멜리아다/
ⓒ 문운주
 
어디선가 까마귀 우는 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까악, 까악~",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싸락눈이 살짝 내리는 겨울이면 마을 숲에 까맣게 까마귀들이 날아오곤 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갑다. 

배를 내리는 선착장과 타는 선착장이 다르다. 타는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데크 계단이다. 주위에는 동백나무 군락지, 탐방을 끝내고 나니 왜인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놓친 것 같아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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