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10년간 4000명 확대?… 의료계는 총파업 카드 대응

신은진 기자 2023. 10. 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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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쟁]④ 정부·국회·국민 지지하지만 의사만 반대
2025년부터 의대 정원 확대가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의료계가 반기를 들었다. 의료계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2020년 의료총파업보다 더 큰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정치권도 이에 힘을 싣고 있다. 여론도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살리려면 하루빨리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오로지 의사만 조속한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의 '의료총파업 불사'라는 초강경 대응카드는 이번에도 유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확고한 대통령 의지·힘 보태는 국회·국민 지지, 역대급 압박받는 의료계

정부가 최소 300명에서 최대 4000명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합의 없는 의대 정원 확대 강행 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그간 수차례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충돌이 있었음에도, 유독 최근 논란이 커진 데는 이유가 있다.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최소 351명에서 최대 4000명까지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증원 계획이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마련됐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만성화된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문제를 혁신하기 위해선 반드시 의사 인력이 늘어야 한다고 보고,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보건복지부에 주문했다. 여기에 국회의 지지가 더해지고, 여론 역시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여야는 국정감사 기간 내내 온갖 사안으로 충돌하고 있음에도 의대 정원 확대에는 이견이 없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방 의료와 소아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를 되살리는 것도 의사 숫자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의대 정원 확대를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실제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2021년 인구 1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적다.

야당 역시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17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모처럼 윤석열 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발표한다고 하고 여야 모두 찬성하니 국민과 미래를 위해서 더 좋은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 협의에 나서달라"고 밝혔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는 공공의대 설립·지역의사제 도입과 반드시 함께 추진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김성주 수석부의장은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성형외과·피부과에 더 몰려들고 동네 개원의는 넘쳐나겠지만 정작 필요한 필수·공공·지역 의사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다"며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인 국립 보건의료전문대학원 설치, 지역에서 근무할 지역의사제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의사 인력 추계와 인력 운영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의대 정원 확대는 불가피하단 입장을 고수해왔던 의료계에 역대급 압박이 가해진 셈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여전히 입장에 변함이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붕괴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인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필수·지역의료의 열악한 환경에 기인한다"며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규모·시기의 문제 된 의대 정원 확대

복지부는 최소 300명에서 최대 4000명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18일 현재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및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 /복지부 제공
헬스조선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의료계의 반발에도 현재 의대 정원 확대 자체는 확정된 사안이다. 규모와 시기만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으나, 2006년 총 3058명으로 고정된 의대 정원을 2025년부터 매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351명에서 4000명까지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있다.

증원 규모와 관련해 복지부가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알려진 안은 ▲의약분업 당시 의정협상을 통해 줄어든 정원 351명을 되살리는 1안 ▲의약분업 축소 인원에 필수의료인력 부족문제와 지방의료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1000명 이상 확대하는 2안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을 확대하는 3안 등 총 세 가지이다. 이 중 특히 유력한 안은 1안과 2안이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 300명~1000명의 의대 정원 확대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시기는 2025년이 가장 유력하다. 의사를 배출하는 데는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복지부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주는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우리나라가 2035년 기준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어서다.

◇총파업 가능성 낮아… 젊은 의사 중심 총파업 불씨는 존재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총파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 제공
정부가 기존 계획대로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최소 300명 이상 확대할 경우, 의료총파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총파업이 실제 시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의협은 17일 2시간 넘는 긴급회의 끝에 정부가 의료계와의 합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의료총파업을 추진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의대정원 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면 이는 '9·4 의정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므로, 로드맵에 따라 투쟁을 불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이 같은 결정엔 19일로 잠정 예정되어 있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가 의료계 의견 추가 수렴 후 진행하는 것으로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영향도 있다. 의협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계에 의대 정원 확대 발표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님을 전달해왔다. 또한 19일로 예정된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의대 정원과 관련한 내용은 제외하고, 지역 필수의료 전달체계 강화를 위한 내용만을 발표할 계획임을 알렸다.

그러나 부분 총파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총파업 진행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다. 규모와 상관없이 의대 정원이 확대가 결정되면 무조건 파업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존재한다. 의료계 강경파로 분류되는 대한소아청소년과 임현택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협과 별개로 전공의, 의대 교수, 개업의, 봉직의 등이 참여한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을 발족해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에 따르면, 이 모임은 젊은 의사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추진돼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갖춘 상황이다.

젊은 의사들은 이미 의료계 파업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 등은 의료총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의료기관 내에서 광범위한 업무를 맡고 있어, 파업할 경우 영향이 크다. 실제로 2020년 의료총파업 때 국민의 피해는 적지 않았다. 정부가 운영했던 '집단 휴진 피해 신고 지원 센터'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해 약 180건의 환자 피해 사례가 있었다.

당시 경험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도 의료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료파업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면, 화살이 국회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탓이다. 국회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 이견이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정원으로 늘려 지방 의대 신설로도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파업으로 이어져 그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며 "의료총파업으로 인한 피해 경험은 그 파급력이 생각보다 커, 의료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예정됐던 의대 정원 인력 발표 연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료총파업 가능성도 낮아졌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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