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 생존율 높이려 '췌담도 내시경·스텐트' 개발… 전 세계로 수출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2023. 10. 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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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다는 발명가 같았다.

"외국 다니면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도대체 2000년을 기점으로 한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200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스텐트를 수입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의 의사들이 개발한 췌담도 스텐트가 유럽과 일본에 수출돼서 그 나라 환자들의 몸에 들어가고 있다. 특히 금속 스텐트는 한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의료기기중 하나다. 가끔 보면 기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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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톡톡_문종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담도암, 과거 내시경 없어 생존율 30%
2009년 풍선 담도 내시경 개발…진단 용이
췌담도 스텐트도 직접 개발, 전 세계로 수출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문종호 교수팀이 췌담도 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문종호 교수는 여러 세계적인 심포지엄에서 실시간으로 내시경 시술을 성공한 바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의사보다는 발명가 같았다. 가운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의 시선은 가지런히 모은 두 손 안, 금속 스텐트들에 고정돼 있었다. "이따 설명드릴 테지만 제 새끼들이나 다름없어요. 하하."

문종호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문종호 진료부원장이다. 소화기내과 교수로 주요 분야는 췌담도(췌장·담도) 질환이다.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꽤 붙어 있다. '담도암 조기 진단 분류법 개발', '중증 급성췌장염에 줄기세포 치료제 효과 입증' 등이다. 환자를 극적으로 회복시키는 게 인상 깊어서 췌담도를 전공했다는 그는 내시경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이제는 세계 유수 학회들이 모셔가려는 스타가 됐다.

췌담도에 생긴 암이 치명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보통 소화기에서 CT나 MRI 상 암이 의심되면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췌담도는 위나 대장과 달리 내시경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특히 담도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난관이다. 직접 보려면 식도를 거쳐 위에서 십이지장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데 담도의 입구는 급격히 꺾여 있기까지 하다. 초기 증상도 없고 진단도 어려우니 담도암의 5년 생존율은 30%에 불과하다."

직접 담도 내시경을 개발했다고?

"각도를 이겨내고 가느다란 내시경이 담도 쪽으로 들어갈 방법을 연구하다 풍선을 이용하게 됐다. 2009년 간내 풍선을 이용한 경구적 담도 내시경을 개발했다. 풍선도관의 압력을 이용해 고정시키면 일반 내시경을 손쉽게 담도로 진입하게 만드는 게 가능했다. 원래 팀의 전체 시술에서 담도 내시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 됐는데 지금은 20%를 넘겼다는 데 자부심을 갖는다."

문종호 교수가 개발한 금속 스텐트들.

담도암 조기진단도 가능해진 건가?

"데이터를 축적하다 보니 담도 내시경 결과로 암이 될 수 있는 병변을 분류할 수 있게 됐다. 의학적으로는 전구암 병변이라고 하는데 병변의 생김새에 따라 암 발생률이 달랐다. 이 분야 최고인 일본 의료진보다 먼저 분류법을 제시하게 됐다."

새로 개발한 내시경으로 국제 심포지엄에서 시연도 했다고?

"담도 내시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췌담도 질환에 대한 치료를 여러 국제 심포지엄에서 시연했다. 올해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큰 심포지엄에 두 군데 다녀왔다. 세계에서 유명한 내시경 심포지엄은 다 갔다 온 것 같다."

내시경만큼 스텐트도 중요하다는데?

"그렇다. 담도암과 췌장암, 담석 등으로 인해 췌담도가 막히면 무서운 합병증이 찾아온다. 이럴 때 내시경으로 뚫어준 다음 스텐트를 삽입해 협착을 막아주면 환자 통증도 줄고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한국의 췌담도 스텐트 기술 수준은 어떤가?

"외국 다니면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도대체 2000년을 기점으로 한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200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스텐트를 수입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의 의사들이 개발한 췌담도 스텐트가 유럽과 일본에 수출돼서 그 나라 환자들의 몸에 들어가고 있다. 특히 금속 스텐트는 한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의료기기중 하나다. 가끔 보면 기적 같다."

여러 스텐트를 개발했다고 들었는데?

"담도라는 게 굉장히 길고 여러 갈래로 돼 있다. 쓸개와 만나는 곳은 삼거리다. 시술을 하다 보니 기존 일자 모양의 스텐트로 모든 상황을 커버하는 게 아쉬웠다. 환자 맞춤형 스텐트가 필요했다.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7개 정도의 금속 스텐트를 개발했다."

어떤 것들이 있나?

"제일 먼저 개발한 게 앞서 말한 삼거리, 간문부에 암이 생겼을 때 들어가는 스텐트다. 기존 스텐트는 하나밖에 못 들어가니까 한 쪽 통로는 커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두 개를 넣을 수 있는 스텐트를 개발했다. 외관은 기존 스텐트랑 똑같은데 중간에 스텐트가 빠져나갈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이러면 'Y'자형으로 만들어져 간문부 담도암으로 인한 협착을 치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간이식 후 담도 협착, 만성췌장염 후 양성 협착 등에 특화된 스텐트들이 있다. 모두 유럽, 일본, 대만 등에서 수입해 사용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소화기, 특히 췌담도 내시경을 처음 시작했던 1990년대엔 상황이 정말 열악했다. 내시경 생검 겸자를 한 5개 두고 망가질 때까지 쓰곤 했다. 그런데 2시간 비행기 타고 일본에 가보니 널려 있더라. 내시경 장비나 치료 기술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열심히 하는 소화기 내시경 교수가 돼서 이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게 제일 큰 원동력이었다."

환자들과 만날 시간이 부족하진 않나?

"시술을 하다 보면 한계에 봉착할 때가 있다.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스텐트들도 그렇게 개발했다. 외국에 가더라도 가능하면 저녁 비행기로 아침에 도착해 진료를 보는 이유다. 창업이나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하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다. 앞으로도 환자와 만나는 시간을 줄일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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