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렉라자', J&J 날개 달고 '타그리소' 이겼다

이춘희 2023. 10. 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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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리반트' 병용요법 '마리포사'
mPFS 23.7개월로 타그리소 대비 30%↑
"새로운 1차 치료 표준 치료 정립"
연내 FDA 승인 신청…25년 승인 기대
국내 첫 계열 내 최고·블록버스터 약물 기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이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약물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며 국내 첫 블록버스터 약물의 출현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렉라자를 기술 도입한 글로벌 빅 파마 존슨앤드존슨(J&J)이 진행한 병용요법 임상에서 기존 표준 치료법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를 뛰어넘는 결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J&J는 연내 미국 내 허가 신청에 돌입해 2025년까지 허가를 받는다는 구상이다.

18일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이 진행한 렉라자와 J&J의 표적 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의 병용 임상 '마리포사(MARIPOSA)' 임상의 결과가 공개됐다. 오는 20~2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2023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발표되는 주요 논문들의 초록이 공개되면서 함께 공개된 것이다.

이번 임상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군은 항암제 효능 평가의 핵심 지표인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이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의 16.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의 위험을 30%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은 이외에도 다양한 세부 지표에서 개선이 확인됐다며 "마리포사 임상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새로운 표준 치료 기준을 정립한 임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EGFR 변이 치료 시장은 미국 국가 종합 암 네트워크(NCCN)가 타그리소를 최선호 요법으로 제시하는 등 타그리소가 시장을 이끌어왔다. 이에 J&J와 유한양행은 타그리소와의 진검승부를 위해 이번 마리포사 임상의 대조군으로 기존의 표준 치료법인 타그리소 단독군을 설정하고 임상에 임해왔다. 이번 임상에서 타그리소를 넘어서는 결과를 확인한 만큼 계열 내 최고 약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같은 희망이 현실화할 경우 렉라자는 연간 10억달러(약 1조353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첫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전망이다. J&J에서도 호아킨 두아토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요법을 앞으로 연 50억달러(약 6조76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꼽았고, 국내에서도 유진투자증권이 "로열티까지 고려하면 (유한양행이) 렉라자로 창출하는 이익은 2030년 1조원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사진제공=한국아스트라제네카]

다만 이번 임상이 앞서 AZ가 렉라자를 따돌리기 위해 준비한 타그리소와 화학 항암 병용요법 임상인 '플라우라(FLAURA)2' 임상 대비 차별적인 결과를 내진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그리소·화학 항암 병용은 당시 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BICR) 평가에서 mPFS가 29.4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 19.9개월 대비 9.5개월가량의 mPFS 연장 효과를 보인 바 있다. 이번 마리포사 임상의 mPFS가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실제로 넘어서진 못했다. 주요 2차 지표 중 하나인 객관적 반응률(ORR)도 병용군 86%, 대조군 85%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세부 지표 상으로는 여전히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충분히 타그리소를 따라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체 생존 기간(OS)에서는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결괏값이 나오진 않았지만 중간분석에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군이 타그리소 단독군 대비 20%가량 개선된 효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항암 치료의 핵심은 환자를 끝까지 살리는 것인 만큼 OS에서 보다 확고한 개선 효과를 입증한다면 다시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이외에 2차 무진행 생존 기간(PFS)도 25% 개선됐고, 반응 지속 기간 중앙값(mDoR)도 25.8개월로 타그리소 단독 16.7개월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타그리소·화학 항암 병용은 부작용이 높은 항암화학요법의 특성상 환자의 선호도가 낮아 전체 환자보다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쓰이는 요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J&J도 17일(현지시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화학요법 치료에서 자유로워지는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이번 마리포사 임상에 대해 평가했다. J&J는 연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2023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회의 [사진제공=유럽종양학회]

이번 임상의 안전성 결과 등 추가 세부 지표들은 오는 23일(현지시간) 학회 내 핵심 발표인 '프레지덴셜(Presidential)' 세션에서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직접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관심을 끄는 건 렉라자 단독군의 결과다. 이번 임상은 단순히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군과 타그리소 단독군의 비교뿐만 아니라 렉라자 단독군에 대한 임상도 진행됐다. 각 환자는 429명, 429명, 216명으로 2:2:1 수준으로 편성됐다.

현재 타그리소, 렉라자의 단독요법의 효능 평가를 위해 이뤄진 임상에서 타그리소는 18.9개월(플라우라1), 렉라자는 20.6개월(레이저(LASER)301)의 mPFS를 보이며 렉라자가 우위에 서 있다. 하지만 레이저301은 당시 표준 요법인 3세대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제제인 타그리소가 아닌 1세대의 '이레사(게피티닙)'를 대조군으로 활용해 실제로 타그리소를 넘어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이번 임상 역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설계된 임상인 만큼 대조군들인 타그리소·렉라자 단독군을 직접 비교하는 건 과학적으로 엄밀한 비교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어느 정도의 경향성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임상에서 렉라자 단독군이 타그리소 단독군 대비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될 경우 후속 임상 등을 통해 실제 차별성을 입증해 낼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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