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제 무기' 쓰는 하마스…北, 땅굴 기술 전수했나

장희준 2023. 10. 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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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공격에 활용해온 '땅굴 네트워크'
이스라엘 안보단체 "北, 전수했을 가능성"
합참 "무기부터 전술까지 직간접적 연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된 가운데 이스라엘 공격에 활용한 '땅굴 기술'까지 북한으로부터 전수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우리 군 당국은 북한과 하마스가 무기거래부터 전술 교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단체 알마 연구·교육 센터의 새리트 제하비 대표는 "하마스가 북한으로부터 직접 땅굴 기술을 얻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북한이 헤즈볼라에 기술을 전달하고 헤즈볼라에 전수된 기술이 하마스 손에 들어간 것은 맞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무장단체다.

가자지구에 설치된 땅굴로 로켓을 운반하는 하마스 대원들의 모습. [이미지출처=X(전 트위터) 캡처]

제하비 대표는 "헤즈볼라의 땅굴 기술은 북한의 지식에 기초한 것으로,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에서 활용한 터널에도 북한의 기술이 간접적으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 지형은 어느 지역은 콘크리트이고 어느 지형은 사막"이라며 "콘크리트 지형은 북한과 비슷한 부분으로 (기술적)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이 단체는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가 굴착 공법을 헤즈볼라의 '지하드 건설 재단'에 제공하고, 시리아 국경 근처에 북한 인력 6명을 파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헤즈볼라에 전달된 이 땅굴 기술이 하마스까지 전수되면서 이른바 '하마스 메트로'라 불리는 땅굴 건설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했었다.

강원 양구군에 위치한 제4땅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6·25전쟁 이래 남측으로 다수의 땅굴을 팠던 전력이 있는 북한은 땅굴 건설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과거 미얀마 군부 등에 장비와 기술, 인력 등을 수출한 전례도 있다. 과거 이스라엘군이 2014년 하마스가 구축한 '땅굴 네트워크'를 파악했을 당시 배치 형태부터 구조까지 비무장지대(DMZ) 북한 땅굴과 흡사해 주목받은 일도 있다.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군(IDF)의 감시를 피해 남부 사막 지대 등으로 빠져나가는 깊이 수 ㎞의 '지하 미로'를 여럿 구축해놓고 전투를 벌여 왔다. 특히 하마스가 파놓은 땅굴은 성인 남성이 고개만 살짝 숙여도 이동할 수 있고 내부에서 수개월간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잘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단원들은 물론 차량과 군수품까지 옮길 수 있는 '전략적 터널'인 셈이다.

합참 "北-하마스, 무기부터 전술까지 직간접 연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북한제 추정 무기. [이미지출처=이스라엘군(IDF) 홈페이지]

이미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제 무기'를 사용한 정황도 다수 포착됐다. 앞서 하마스 대원들이 등장하는 영상에서 북한제 F-7 유탄발사기로 추정되는 무기가 포착된 바 있으며,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로부터 압수해 공개한 무기 사진에서도 북한제로 보이는 무기들이 여럿 나왔다. F-7은 로켓추진유탄(RPG) 발사기로, 중동 지역에 많이 수출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감행한 뒤 하마스의 전술 형태에서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을 주시했다. 기습 공격이 휴일 새벽에 이뤄졌다는 점부터 대규모 로켓 발사로 이스라엘의 로켓포 방어체계 '아이언돔'을 무력화하고,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침투한 전략까지 북한으로부터 전수받은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이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남부 도시 아슈켈론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합참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하마스의 대전차 무기 F-7은 북한이 RPG-7을 수출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라며 "최근 하마스 예하 무장단체 등에서 사용하는 무기로 추정되는 북한제 122㎜ 방사포탄이 이스라엘 인근 국경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다양한 무기를 중동 및 무장단체에 수출해온 정황이 계속 식별된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2016년 12월 김정은 주관으로 패러글라이더 등을 활용해 청와대를 타격하는 훈련을 공개했는데, 이런 노하우가 하마스에 전수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북한은 이번에 효과를 본 '하마스식' 기습 공격 전술을 유사시 대남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철저한 전훈 분석을 바탕으로 대응방안을 보완·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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