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형들, 정원 확대 맛 좀 보라고"…변호사 글 화제
"전문직 늘리면 수요자에게 무조건 이득"
정부가 2006년부터 묶여있던 국내 의과대학 정원을 2025년 입시부터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대한의사협회는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3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의대 정원 확대가 추진되다 의사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는 만큼 당정 협의를 통해 어떻게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발표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1000명이 아니라 3000명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17일 한 변호사가 "의사들도 정원 확대 맛 좀 보라"는 내용의 글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려 관심을 끌었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전문직 증원은 결과적으로 서비스 수요자들에게 무조건 이득이다"라는 취지다. 글을 작성한 변호사 A씨는 이날 블라인드 게시판에 "(변호사) 배출정원 1000명에서 1700명으로 증원한 지 12년 됐다"면서 "이제 금전적으로는 상위권 대기업 사무직이랑 별 차이 안날만큼 먹고 살기 팍팍해졌다"고 말했다.
A씨는 "법률서비스 접근성은 어마어마하게 좋아져서 이제 간단한 법률상담이라 소송위임은 염가에 가능하고 중견이나 중소기업도 사내 변호사를 뽑는 시대가 됐다"면서 "근데 사법고시 시절이랑 비교했을 때 법률 서비스 퀄리티 차이가 크게 나나 하면 그건 전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사시 패스한 중년 변호사 중에서도 기본적 법리도 이해 못 하고 서면 개판으로 쓰는 사람 수두룩하고 변호사 시험 출신 중에서도 똑똑한 애들은 진짜 똑똑하다"라며 "전문직 증원이라는 건 아예 그 직업의 하방을 삭제해버리는 파멸적 수준이 아닌 이상 무조건 서비스 수요자들에게 이득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사직) 중범죄자 면허 박탈은 도대체 왜 안 되는가"라며 "우리 변호사는 음주단속에만 걸려도 변협에서 면허 정지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1000개에 달하는 공감과 1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글을 본 한 약사는 "약사도 1200명에서 2000명으로 증원됐는데 심야 약국 증가, 일반 약 가격 상승 억제 등 (이득이) 소비자한테 돌아갔다"고 댓글을 달았다. 동시에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서는 "그놈의 건강보험료 타령하는데 건강보험료 지급 항목 수정하면 되는 거고 결국 비급여 항목 가격 인하, 친절도 상승, 지방 접근성 향상 등 이득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당장 늘려도 인력 부족 현상 해소 어렵다는 분석도 있어
일각에서는 당장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려도 2050년 의사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3000명까지 증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수 증원을 더 미룰 수 없다"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 강행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상태다.
지난 16일 조 장관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어느 때보다 의사 인력 증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고 사회적 열망이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해 "인력 재배치, 필수 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들 역시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면서 "의사 수 부족도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 패키지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의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사 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 "의료인력 확충으로 인한 의대 정원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의료계의 협조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무려 19년간 묶여 있었다"고 지적한 뒤 "그 사이에 지방 의료는 붕괴 위기에 처했으며, 노인 인구도 크게 늘어 의료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협을 향해 "이번만큼은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 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은 정부·여당이 의료계와 언제든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의대 정원 확대 방안 검토를 두고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17일 오후 서울 용산 의협 회관에서 열린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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