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내년 車·조선 뜨고 석유화학·해운 부진"
내년 국내 핵심산업 중 자동차·조선 산업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석유화학·해운산업은 중국의 경기침체와 수요 위축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국내 산업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 고성장의 한계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디지털 기술 적응이라는 3대 환경 변화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특히 중국의 향후 장기성장률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7.9%의 절반 수준으로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출범 이후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부동산, 빅테크, 사교육 등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서방과의 갈등 등이 겹친 데 따른 영향이다.
이처럼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구매력 약화와 금융 변동성 확대는 전 세계 경제와 산업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특히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엔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핵심 산업 중에선 자동차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끊임없는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겠지만, 갈등 관계에 있는 미국·인도 등 대형시장으로의 접근은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내 자동차 기업의 경우 충분한 전기자동차(EV) 상품성을 보유한 가운데 미국·인도 등의 진출에 걸림돌이 적다는 점, 비교적 양호한 재무 투자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진입하기 어려운 대형시장에 적극 진출,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산업의 경우는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탄소 감축을 본격 실현하기 위해 지난 7월 2050년까지 탄소 감축목표를 기존 50%에서 100%로 강화하기로 한 바 있는데, 이로 인해 천연액화가스(LNG), 메탄올 추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의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근 수주실적을 기준으로 볼 때 국내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수주 비중은 50%를 상회하고 있으며, 생산역량의 한계로 중국이 부수적인 수주를 하는 상황으로 향후 국내 조선업계의 중장기 체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석유화학은 중국의 자체 생산역량 확충에 따른 국내 제품의 수출 감소와 중국제품과 국내 제품 간 역내 경쟁 심화로 2030년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량은 2010년 수준으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의 설비는 나프타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와는 달리 원유로부터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공정이 적용돼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제품에 앞설 것으로 보았다.
해운 역시 중국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됐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해상 운송 수요 감소와 운항 거리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로 태평양 항로의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한데, 이 항로는 국내 선사들의 의존도가 높아 운임하락에 따른 실적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정유 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석유 수요가 오는 2025년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친환경 사업 전환과 같은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 배터리, 수소, 재활용,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사업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본업인 정유업 비중은 2023년 77%에서 2035년에는 45%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뿌리산업의 경우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전환의 계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뿌리산업이란 제조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조, 금형, 용접 등 6개 산업을 의미한다.
뿌리산업은 그간 디지털 전환이 더뎠으나 로봇 및 센서 가격의 하락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으로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뿌리 산업은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인 산업인 만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질적인 인력난 및 효율 문제를 개선, 디지털 산업과 전통 제조업 모두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역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첨단 공법이 도입되면서 효율성을 개선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반적으로 건설업은 노동 효율성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모듈화 공법 및 3차원(D) 프린팅 공법이 부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더 나아가 BIM(건설정보모델링)과 같은 디지털 통합 관리를 통해 건축물 생애주기 전반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의 디지털 전환은 관련 디지털 서비스업의 비중 확대와 같은 건설 산업 생태계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견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중장기 산업 트렌드를 중심으로 12개 주요 산업에 대한 2024년도 전망도 제시했다. 내년 국내 산업은 전반적인 회복세가 기대되지만, 이차전지, 자동차와 조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저효과에 기반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점에서 드라마틱한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소재·부품 산업군에서는 이차전지 분야가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외형 및 수익성 모두 긍정적인 업황이 기대될 뿐이며, 석유화학 분야는 수요위축·고유가·공급과잉의 삼중고로 내년에도 혹독한 침체를 경험할 것으로 우려했다.
디지털 사업군은 올해보다 완연한 개선이 기대되나, 판매가의 약세 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기저효과 외에 DDR5, OLED 등 고가 제품으로의 전환이 실적개선에 다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운송 분야는 자동차, 조선 모두 양호한 실적을 전망했다. 자동차는 수출시장의 부정적 판매 여건에도 불구, 국산차의 상품성 개선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조선업 역시 친환경 선박 수주와 선박 인도량 증가로 안정적 성장을 전망했다. 한편 소매 유통업은 소비심리 회복, 상품 수요 개선으로 완만한 회복을 예상했으며 건설업은 정부 주도로 주택건축 부문만이 제한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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