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든, 이번엔 이스라엘만 방문…요르단 4자 정상회담 취소

요르단 "지금은 전쟁 중단 외 대화 소용없어"
가자지구 병원 공습 영향 받은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함께 요르단을 방문하려 했던 계획을 취소키로 했다.

가자지구 내 병원이 공습당해 팔레스타인 주민 500여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초 계획했던 미국,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4자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17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협의한 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국가 애도일을 선언한 점을 고려해 요르단 방문과 두 정상, 그리고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문을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백악관은 "그(바이든 대통령)가 이 정상들과 조만간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 리더들과 정기적으로 직접 소통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이후 나왔다. 4자 회담 취소 소식은 미국에 앞서 요르단이 먼저 발표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부 장관은 18일 요르단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미국, 이집트, 팔레스타인과의 4자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사파디 장관은 알자지라 방송에 나와 "지금은 전쟁을 멈추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소용없다"면서 "현시점에서 정상회담을 잡는 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요르단 암만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뒤 암만으로 이동,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시시 대통령, 아바스 수반을 만나 확전 방지 노력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담 취소가 이날 발생한 가자지구 병원 공습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약 500명가량의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디언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아바스 수반이 병원 공습 이후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고 서안지구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병원 공습을 두고 강력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당분간 피폭의 원인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예상된다. 이스라엘군(IDF)은 자체 시스템으로 분석, 여러 정보원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인한 폭발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로 잃은 무고한 생명을 위해 가장 깊은 위로를 표하고 부상자의 쾌유를 기원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