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선] 빅리거 출전에 의존하는 올림픽 진입...야구 세계화는 멀었다

안희수 2023. 10.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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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17차 총회. 야구는 2012 런던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종목 퇴출 여부를 가리기 위한 IOC 위원들의 투표 결과 정식 종목 잔류 찬성표를 과반 이상 받는데 실패했다. 

당시 IOC 프로그램위원회는 국제야구연맹(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가맹국 수가 110개국에 불과해 종목 보급 정도가 낮고, 2004 아테네 올림픽 입장권 판매가 이전 대회(2000년 시드니) 대비 40% 이상 줄어든 점 그리고 메이저리그(MLB) 소속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웅을 겨룬다'라는 올림픽 정신을 추구하기 어려운 종목이라는 점을 두루 지적한 바 있다. 

2005년 당시 IOC 위원장이었던 자크 로케는 "야구가 올림픽에 복귀하려먼 메이저리거들이 출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알도 노타리 국제야구연맹 회장도 야구 세계화를 외치며 IOC의 지적을 인정했다. 반면 버드 셀릭 당시 MLB 커미셔너는 "올림픽을 위해 MLB 정규시즌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IOC의 빅리거 차출 요구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IOC와 MLB 사무국의 대립 구도는 2016년 올림픽 정식 종목을 결정한 2009년 8월 IOC 집행위원회까지 이어졌고, 야구는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도 빠졌다. 개최지 지정 종목으로 선정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시적으로 부활했다가, 2020년 12월 열린 IOC 집행위원회를 통해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다시 제외됐다.  

퇴출과 재진입을 반복한 야구는 지난 16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IOC 141차 총회에서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정식 종목에 진입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 야구 복귀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특이점은 MLB 선수들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세게야구소프트볼연맹은 13일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 "MLB 사무국과 노조로부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문서를 받았다고 어필했다. 

롭 만프레드 현 MLB 커미셔너는 아직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중단, 대회 개최 경기장 선정 등 구체적인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해당 문제는 타협 여지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야구가 다음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남을 수 있을까. 

그나마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MLB 사무국·구단·노조가 출전과 운영을 두고 협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IOC와 MLB 사무국 사이 갈등을 고려했을 때 야구의 정식 종목 재진입은 빅리거들의 출전 가능성이 높아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데, 2032년 브리즈번(호주) 대회에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구는 또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야구가 빠진 자리에 대신 들어간 종목은 브레이크댄스다. IOC는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 야구는 글로벌 스포츠로 보기 어렵고,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열린 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이 대회 역대 최고 흥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잔치'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햇다. 가장 큰 국제대회,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선 야구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정식 종목 존속 여부가 MLB 사무국의 의지에 좌우되고 있는 한 야구 세계화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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