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시신 널브러져"…가자 병원 폭발로 최소 500명 사망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공격을 받아 수백명이 숨졌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후 가자지구 북부의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아직 수백명이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밝혀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보면 공습을 받은 병원 건물들이 화염에 뒤덮였고, 찢긴 시신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 아이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을 두고 "대량학살"이라며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방위군의 작전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의 테러리스트들이 로켓을 발사했고, 피격 당시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 병원 인근으로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에 맞서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언급하며 "우리가 입수한 여러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을 공격한 로켓 발사 실패의 책임이 '이슬람 지하드'에 있음을 나타낸다"고 했다.
이번 병원 공습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성명을 내고 "병원에 대한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곳은 환자와 의료진, 간병인, 피란민들이 있던 시설"이라고 비판했다.
WHO는 "알 아흘리 병원은 이스라엘군이 대피 명령을 내렸던 가자지구 북부 병원 20곳 중 하나"라며 "입원 환자들이 위중한 상태였고, 구급차·인력·병상 수용력 등을 고려할 때 대피 명령을 따르는 것은 불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WHO는 이스라엘군이 대피 명령을 취소하고 민간인과 의료 시설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보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국제인도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는 의료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보호돼야 하고 결코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병원 공습은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하루 앞두고 발생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에 이어 요르단 암만을 찾아 인접국 지도자들과 만나 민간인 지원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알자지라 방송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이 병원 공습 사태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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