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200일]'빅배스'說 우리금융, 하반기 실적 반등할까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글로벌 금융에 중점
증권사 필요하지만, 큰 매물 기다릴거란 예측
올해 하반기에는 우리금융지주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까. 임종룡 회장 취임 200일(10월 10일)이 넘어가며, 그가 우리금융을 제 궤도에 올릴지가 금융업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우리금융(1조5386억원)은 농협금융지주(1조7058억원)에 뒤처졌다.
5대 금융지주사 중 순이익이 꼴찌로 떨어지자 업계에선 우리금융의 ‘빅배스(Big Bath)’설이 떠올랐다. 빅배스는 새 경영진이 전임자 재임 기간에 발생한 손실을 회계장부에 최대한 반영해 과거 경영 과오를 털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이후 실적이 오르면 신임 경영진의 성과가 더 돋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금융에 대입해보면 임 회장이 재임 기간 실적상승 곡선을 만들기 위해 임기 초 손실 규모를 키웠다고 분석할 수 있다. 임 회장은 기업금융과 글로벌 영업 강화로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릴 걸로 보인다.
임기 초 실적 악화…기저효과 기대?
우리금융 실적은 지난 2분기(4~6월) 바닥을 찍었다. 전년 동기 대비 32.3%, 전 분기 대비 31.6% 감소한 6250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지분 기준)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이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하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9%, 11.9% 증가한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역성장의 주요 원인은 대손충당금이었다. 우리금융은 2분기에만 대손충당금으로 5560억원을 적립했다. 여기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충당금 500억원과 홍콩 부동산 사모펀드 관련 540억이 포함됐다. 우리금융은 실적발표 당시 "올해는 성장보다는 자산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내부 직원은 "새 경영자(임종룡 회장) 입장에서는 실적이 증가하는 그림이 필요할 테니 취임 초 비용을 늘려 실적을 낮추려 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대표적으로 대손충당금은 재량이 있기 때문에 과거부터 실적 조절에 활용돼왔다"고 전했다.
다만 의도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부실자산이 늘자 금융당국이 건전성 강화를 주문했다. 이런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해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충당금 추가 적립은 은행권 공통 사안이라 빅배스의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우리금융의 대손충당금은 올해 1분기(2620억원)에 비해 2분기(5560억원)에 두 배 넘게 늘어났다. 다만 2분기 다른 금융지주들의 대손충당금 규모(KB금융 6513억원, 신한금융 5485억원, 하나금융 4500억원, 농협금융 5504억원)보다는 특별히 크진 않았다.
향후 전략은?…증권사 인수는 시기상조
올해 하반기 우리금융은 수익 반등 전략은 기업대출 확장에 있다. 2~3년 전과 달리 지금은 가계대출 확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기업금융에 사활을 걸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대기업 거래 비중이 높았던 한일·상업은행이 합병해 만들어진 한빛은행이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이 한때 기업금융 강자로 꼽힌 적도 있지만, 지금은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 4위에 그친 상태다.
"내년에는 기업대출 점유율 2위 탈환, 2027년엔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게 임 회장의 계획이다. "마진 없는 자산은 우량자산이 아니다"(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9월 7일 간담회)라는 언급에서 보듯이, 이익이 많이 남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은행은 오는 2027년까지 전체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의 비중을 60%까지 높이기로 했다. 연평균 여신성장률 목표를 대기업 30%, 중소기업 10%로 설정했다. 주요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략점포도 만들었다. 지난 7월엔 반월·시화BIZ프라임센터가 문을 열었다. 남동·송도, 창원·녹산지역에도 추가 개설계획을 마련했다.
글로벌 영업에도 방점을 찍었다. 임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우리금융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새로운 경영 과제로 설정했다. 자회사 해외 인수합병(M&A)과 사업계획을 지원하는 글로벌 사업 전담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우리은행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와 방글라데시 지점을 전담하는 ‘동남아성장사업부’를 신설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글로벌투자 원(WON) 센터’도 개설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필요한 증권사 인수는 연내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인수는 비은행 강화 목적도 있지만, 우리금융의 아킬레스건인 자본비율 개선을 위한 핵심 키(key)가 될 수 있다. 증권사 M&A를 동력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 확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M&A 매물이 클수록 유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당장 작은 증권사를 인수하기보다는 큰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 커 보인다”고 전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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