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서 “자연스러운 나도 사랑받을 만하다”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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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을 본 관객이라면 하얀을 연기한 배우가 궁금할 것이다.
정작 김형서는 "'제대로 좀 해'라며 화면 속의 나를 때려주고 싶었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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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을 본 관객이라면 하얀을 연기한 배우가 궁금할 것이다. 불량스러운 표정으로 연약한 내면을 감춘 고등학생 하얀은 주인공 연규(홍사빈)가 기댈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하얀을 연기한 배우는 김형서. 본명은 낯설지만 예명은 꽤 알려졌다. 그는 ‘비비’라는 예명을 내세워 가수로 활동해왔다. ‘화란’은 2021년 연기를 시작한 그가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은 첫 작품이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형서는 “연기는 다른 구성원에게 기댈 수 있어 마음이 편하고 따뜻했다”고 돌아봤다.
‘화란’은 가정폭력 피해자인 연규가 도시를 벗어나려 동네 폭력조직에 가담한 뒤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김형서는 사실상 연기 데뷔작을 들고 칸 레드카펫을 밟은 셈이다. ‘나쁜 X’ ‘비누’ 등 콘셉트가 또렷하고 독특한 노래로 주목받은 신인 배우는 별다른 연기 수업도 받지 않고 ‘화란’을 찍었다. ‘있는 대로 하라’는 제작사 사나이픽쳐스 대표의 의견 때문이었다. 덕분에 정형화되지 않은 표정과 몸짓이 화면에 담겼다. 정작 김형서는 “‘제대로 좀 해’라며 화면 속의 나를 때려주고 싶었다”고 했지만.
김형서는 하얀이 되기 위해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청소년 때 그는 책과 음악, 만화와 영화에 푹 빠져 살던 “오타쿠”였다. “난 남들과 어울리지 않겠어. 난 특별해”라는 자아도취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의 충돌 속에 사춘기를 보냈다. 어린 외골수는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감독 박찬욱)를 보며 위안받았다고 했다. “이상해도 괜찮겠구나. 영화 속 캐릭터처럼 쉽게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도 사랑스럽구나. 그런 생각이 마음에 안정을 줬어요.”
어쩌면 이런 경험이 지금의 김형서를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음악과 이야기 안에서 그는 자유롭게 이상하니까. 김형서의 가족은 넓은 의미로 모두 예술가다. 할머니는 늦은 나이에 등단한 시인이다. 아버지도 뮤지션이 되길 원했으나 딸이 생기며 음악을 관뒀다. 김형서는 “대대로 이루지 못한 꿈을 내가 이룬 셈”이라고 했다. 때론 가족이 포기한 꿈의 무게가 날카로운 말로 벼려져 김형서를 상처 입히기도 했단다. 그에게 하얀과 연규가 남처럼 느껴지지 않은 이유다.
“회사에서 나름 잘 팔리는 아이템”이 된 지금, 김형서의 어깨는 마냥 가볍지 않다. 자기 이름으로 세상에 나가는 음악엔 수많은 스태프의 노력이 녹아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때로는 이런 책임감이 김형서를 예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SNS에서 ‘쉴 수 없어 힘들다’고 호소한 것도 불 같은 예민함이 터져 나온 결과였다. 김형서는 “지나간 일은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며 덤덤하게 당시를 떠올렸다. 자신 몫의 무게를 마침내 감당할 수 있게 된 자의 여유가 엿보였다.
“한때는 무서웠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적자가 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일단 돈부터 벌고 보자’, ‘내가 쓸모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어요.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압박도 느꼈고요. 지금은 달라요. 자연스러운 나도 사랑받을 만하다는 걸 알았어요. 평온함은 부와 명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도요. 이제 다시 (예술 안에서) 숭고한 뭔가를 찾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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