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난임 늘며 ‘CVI 환아’ 증가 우려…“조기개입 필요”
표현 서툴러 모르고 지내다 발견하는 경우도
“조산아 증가로 CVI 환아도 증가 추세 가능성”
늦은 결혼으로 평균 출산연령이 늘며 조산과 난임이 많아지는 가운데, 출산 과정 중 뇌출혈이나 뇌허혈 등 뇌 부분에 손상이 생겨 시각 문제를 갖는 ‘뇌성시각장애(Cortical Visual Impairment, CVI)’ 환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CVI 환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도적 개선을 통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17일 의료계와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 등에 따르면, 피질시각장애 혹은 뇌성시각장애라고 일컫는 CVI는 시각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손상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조산아나 뇌막염, 수두증, 외상 등을 겪은 어린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보통 눈은 전기적 신호를 뇌에 보내고 뇌는 그 신호를 우리가 보는 이미지로 바꾸는데 반해, CVI 환아는 뇌가 이런 신호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사물을 잘 분간하지 못한다.
영국과 미국 아동들 시력 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한 CVI는 조기 개입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시력이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진단이 어려워 CVI 징후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이날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신청으로 국정감사장에 선 김응수 중앙대광명병원 안과 교수는 “CVI 아동들은 대부분 뇌 병변장애나 발달장애를 같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정확한 시각 평가가 어렵다”며 “뇌 병변·발달장애 아동들은 표현하는 게 서툴러 부모조차 아이가 잘 안 보이는지를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발견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CVI 환아가 시각장애 아동으로 인정받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시각장애로 인정받으려면 정확한 시력 측정이 돼야 하는데, CVI 아동은 뇌 병변·발달장애로 협조가 안 돼 시력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각장애 인정을 받지 못해 시각 특수교육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장애 영역의 정책 결정은 다른 정책들에 비해 더디다는 느낌이 든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산아(임신 기간 37주 미만 출생아)와 난임 환자가 늘면서 CVI 환아도 덩달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2021년 국내 출생아는 47만명에서 26만명으로 45%나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신생아 중 조산아 비율은 6%에서 9.2%로 약 1.5배 증가했다. 조산아는 미성숙한 면역체계로 인해 감염, 염증반응, 패혈증 등이 잘 나타난다. 폐포가 완벽하게 생성되지 않아 호흡곤란도 겪을 수 있다. 뇌세포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해 뇌출혈 등 각종 뇌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난임도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지난 2018년 12만1038명에서 2022년 14만458명으로 16%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3.8%다. 최근 5년 새 난임 시술을 받는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난임 시술 환자 중 50세 이상 환자는 1514명으로 2018년 대비 194.6% 늘었다. 45~49세 환자는 9319명으로 같은 기간 112.4% 증가했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전문의는 “영국과 미국의 경우 CVI가 아동기 시각장애의 원인 질환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발병률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인데, 그 이유는 조산아들의 생존율이 높아진 데 있다”며 “특수학교를 다니는 소아청소년의 시각장애 원인의 24.6%가 조산, 난산 등 출산 관련 문제에 의한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아동기 시각장애 환자 중 CVI의 정확한 비율에 대한 연구는 없다”면서도 “조산아가 증가하고 있어서 CVI 환아도 증가 추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 전문의는 조기 발견과 정기적인 검진, 다학제적 접근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CVI 환아들은 뇌 문제 말고도 사시나 안구 구조 이상, 굴절 이상 등이 동반돼 약시(시력 발달 이상)가 발생하기 쉽다”며 “안과적 검진을 통해 이러한 이상을 빨리 발견해 최대한 교정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발달 지연 환아들도 조기에 안과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CVI는 소아안과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소아신경과, 소아재활의학과와 같이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다학제적인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관련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CVI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정책적 개선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조기 개입과 함께 CVI 환아에 특수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대응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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