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병원 폭격, 민간인 수백명 사망…바이든 순방, 시작부터 난관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대피해있던 가자지구 내 병원이 폭격을 받아 수백 명이 사망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라고 비난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지하드의 오발이라고 주장했다.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 중동 국가들은 분노를 드러내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서방 동맹 내에서도 이스라엘 반격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확전을 억제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 순방이 시작부터 대형 난관에 직면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 이스라엘 공습이 발생해 최소 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사전 경고 없이 공격을 받았다”며 “부상자 중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병원은 부상자 외에도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을 떠난 민간인들도 수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도 “폭발 당시 수백 명의 사람이 병원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마흐무드 바살 팔레스타인 민방위대 대변인은 “알 아흘리 병원 공습은 우리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량 학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하마스도 “적의 공습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환자와 여성, 어린이도 포함됐다”며 “적의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는 집단 학살 범죄”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번 공습을 ‘병원 대학살’이라고 비난하고,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다른 중동 국가들도 즉각 이스라엘 비난에 합세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집단적 처벌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집트 국방부도 “민간인을 겨냥한 고의적인 공격은 국제인도법과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과 터키도 이번 공격을 즉각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부인했다. 이스라엘군(IDF)은 텔레그램 계정에 “IDF 작전 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알 아흘리 병원 포격 때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여러 발의 로켓이 해당 병원 근처를 지나가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입수한 여러 출처의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을 강타한 실패한 로켓 발사는 테러리스트 조직인 이슬람 지하드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성명을 통해 “가자 병원을 공격한 사람들은 IDF가 아니라 가자지구의 야만적인 테러리스트들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자들이 그들의 아이들도 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날 암만에서 열기로 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간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사파디 장관은 “병원 포격 소식이 후 상호 동의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지금은 전쟁을 멈추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끔찍한 인명 피해에 분노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소식을 듣자마자 압둘라 2세 국왕,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를 나눴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하라고 국가안보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상자가 폭증하면서 이스라엘군의 과잉 반격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동맹에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민주당 코리 부시, 라시다 털리브 하원의원은 전날 “인구 밀집 지역인 가자지구 봉쇄 폭격은 전쟁 범죄”라며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스페인 연립정부의 좌파 파트너인 우니도스 포데모스 대표인 이오네 벨라라 사회복지부 장관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는 “지도부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용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쇄 탈당이 발생했다.
예술계도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유명 영화배우 틸다 스윈튼, 스티브 쿠건과 영화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마이크 리 등 예술가 2000여 명은 서방 정부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지원·방조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간인에 대한 모든 폭력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며 가자지구에 가해지고 있는 전례 없는 잔혹 행위를 종식하는 것이 우리 임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상자를 유발하면 전 세계 여론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네타냐후 정부에 강조해 왔다”며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미 주요국에서 기류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내 인권침해 문제를 조사해온 유엔 인권조사위도 이날 이스라엘의 반격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인원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민간인 거주지를 향한 하마스의 행동은 무차별적 공습에 해당하는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군의 대응 공격에 따른 피해 규모가 더 큰 점 등은 비례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이런 행동 역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 및 대피령이 민간인을 강제 이주시키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대피 시설 규모나 안전·위생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피령은 반인도적 범죄에 속하는 강제이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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