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대재앙…이스라엘 급습에 최소 500명 사망
이스라엘군이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의료시설을 공습해 팔레스타인인 500명 이상이 숨졌다. 이번 공습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방문하기 몇 시간 전에 이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후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수백명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번 공습을 '병원 대학살'이라고 규정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은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의 학살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과거 전쟁에서 많은 비극을 목격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오늘 밤 일어난 일은 대량학살에 해당한다"고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인도법을 어긴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했다. WH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곳은 환자와 의료진, 간병인, 피란민들이 있던 시설"이라고 비판했다. WHO는 "알아흘리 병원은 이스라엘군이 대피 명령을 내렸던 가자지구 북부 지역 내 병원 20곳 중 하나"라며 "입원 환자들의 위중한 상태와 구급차·인력·병상 수용력 등을 고려할 때 대피령을 따르는 것은 불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지역 내 20곳 이상의 병원에 대피령을 내리자, WHO는 엄청난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을 취소하고 민간인과 의료 시설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보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국제인도법이 준수돼야 한다"면서 "이는 의료 서비스가 보호돼야 하고 결코 공습의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WSJ은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과 요르단 방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터졌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미 동부시간) 전용기편으로 미국을 떠나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뒤 하마스 대응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회담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과 이란의 개입에 따른 확전 여부, 난민들에 대한 물과 식량, 에너지 공급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이스라엘 민간인 1200명 이상의 피해자를 낳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맞서 반격을 진행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연대를 표명하는 한편,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다수 민간인의 희생을 초래하는 과도한 보복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병원 시설 급습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 행보와 향후 사태 전개 방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암만에서 만날 예정이었던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습 이후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봉쇄가 길어지면서 현지 주민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가자지구에서 목표물 200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당국에 따르면 이날 하루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8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 3000명을 비롯해 양측에서 4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RWA)는 "가자지구에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으며, 심지어 유엔 난민기구 시설조차도 안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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