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부족한 선발 FA, 재수생 임찬규의 '천재일우'

배중현 2023. 10.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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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지만 커리어 하이로 정규시즌 레이스를 마무리한 임찬규. 시즌 뒤 FA 자격을 행사할 예정이어서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1년 전 자유계약선수(FA) 권리 행사를 포기한 임찬규(30·LG 트윈스)가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임찬규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FA 등급이 A가 아닌 B로 분류돼 협상이 좀 더 수월할 수 있었다. A 등급 선수를 영입하면 원소속팀에 보호 선수 20명 외 1명과 전년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현금만 원할 경우 전년 연봉의 300%. B 등급은 보호 선수 25명 외 1명과 전년 연봉 100% 혹은 현금 보상만 하면 전년 연봉의 200%를 건네야 한다. 악재보다 호재가 많아 보였지만, 임찬규는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그만큼 성적에 자신이 없었다. 지난해 임찬규는 23경기에 선발 등판,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3번에 불과할 정도로 선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FA 시장에 나가더라도 좋은 조건을 제시받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고심 끝에 '1년 재수'를 선택한 임찬규는 연봉 협상에서 3000만원 삭감된 1억7000만원에 사인했다. 'FA 대박'은커녕 연봉 삭감이라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했다. 그는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강효종·박명근·김유영 등과 펼친 시범경기 5선발 경쟁에서 밀렸다. 개막전 보직도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2023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4회 말 2사 1루 최준우를 외야 플라이아웃으로 처리, 이닝을 마친 임찬규가 김현수를 보며 웃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6.27/


그만큼 핵심 전력과 거리가 멀었다. 임찬규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4월 중순 임시 선발로 로테이션에 포함된 뒤 자리를 꿰찼다. 염경엽 LG 감독이 "에이스"라고 부를 정도로 활약이 기대 이상이었다.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가 부상을 입었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최원태마저 기복을 보였지만 임찬규 덕분에 LG 로테이션은 한결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임찬규의 시즌 성적은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 2018년 달성한 개인 한 시즌 최다승(11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커리어 하이를 해냈다.

임찬규는 시즌 뒤 FA 권리를 행사할 게 유력하다. 1992년 11월생으로 비교적 나이가 어려 선발 투수로서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다. 더욱이 이번 겨울 FA 시장에선 선발 투수 품귀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윤(KT 위즈) 홍건희(두산 베어스)를 비롯한 불펜 자원이 꽤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이지만 선발 요원은 아니다.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박종훈·문승원(SSG 랜더스)을 비롯한 적지 않은 선발 자원이 비FA 다년 계약으로 일찌감치 묶인 탓이다. 나이와 성적을 고려하면 임찬규가 투수 최대어로 떠오를 조짐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29년 만에 LG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FA 1년 재수가 신의 한 수"라며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몸값이 더욱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년 만에 입지가 확 달라졌다. 임찬규는 "지난해 실패가 올 시즌 성공의 자양분"이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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