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 붉다고?…강원 영월 들판이 빨갛다, 히말라야의 선물
언뜻 보면 코스모스 같고, 몇 해 전 유행한 핑크뮬리 같기도 하다. 한데 메밀이란다. 강원도 영월 먹골마을에 핀 붉은메밀꽃 이야기다다. 메밀꽃이 붉다고? 그렇다. 전국 어디에나 흔한 하얀 메밀이 아니다. 장미처럼 또는 코스모스처럼 붉은 메밀꽃이 영월 강변에 흐드러졌다. 영월에 간 김에 판운리 섶다리도 걸어봤다. 옛 전통처럼 손수 나무를 엮어 이은 섶다리가 최근 완성됐다.
히말라야가 고향이래요
지난 12일, 강원도 영월 먹골마을 축제장에서는 계속 이런 얘기가 들렸다. 그럴 수밖에. 메밀 하면 으레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문장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먹골마을에 핀 메밀꽃도 색깔만 다를 뿐 생김새는 똑같다. 원산지인 히말라야에서는 식용으로 재배하는 식물인데, 영월에는 관상용으로 개량한 품종을 심었다.
강변에 붉은메밀을 처음 심은 건 2017년이다. 마을 주민은 강변에 밀림처럼 자란 아카시아와 덤불이 답답해 싹 밀었다. 시야가 트였는데 너무 휑했다. 이때 영월군이 제안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가져온 붉은메밀을 심어보자고. 약 3만5000㎡ 면적에 메밀을 심었더니 가을에 불바다 같은 꽃밭이 펼쳐졌다. 축제를 열었고 매해 재배 면적을 늘렸다. 올해는 약 72000㎡, 축구장 열 배 면적에 메밀을 심었다. 4일 시작한 축제는 21일까지 진행된다. 개화 절정은 12일께였지만, 이달 말까지 꽃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붉은메밀꽃축제는 소박하다. 입장료 없이 메밀밭을 산책하며 풍광을 감상하면 된다. 붉은빛으로 일렁이는 메밀밭과 햇살 반짝이는 동강, 번쩍 솟은 수직 바위가 어우러진 모습이 퍽 이채롭다. 밭 곳곳에 나룻배와 의자 같은 사진 촬영용 소품도 많다. 마을 부녀회가 만든 토속음식을 사 먹거나 뗏목 체험(주말 한정)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동탁 먹골마을협동조합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도 붉은 메밀을 따라 심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며 “붉은메밀이 우리 마을에 운을 선물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
가을부터 봄까지 걷는 다리
판운리 섶다리는 평창강이 말발굽처럼 휘감는 산골에 놓인다. 과거 미다리마을 주민은 큰 불편을 겪었다. 수위가 높을 때는 나룻배를 타고 건넛마을로 갈 수 있었지만, 수위가 너무 낮거나 물이 얼면 배를 탈 수 없었다. 그래서 가을마다 섶다리를 깔았다. 2008년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미다리교가 생기면서 섶다리가 필요 없어졌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가을마다 섶다리를 설치하는 전통을 잇고 있다. 현재 미다리마을에는 13가구가 살고, 캠핑장이 3개나 된다.
이달 27~28일 다리 설치를 기념해 문화축제를 연다. 장동수 판운섶다리축제위원회 총감독은 “단풍과 섶다리가 어우러진 가을뿐 아니라 눈 덮인 겨울 풍광도 일품”이라면서도 “다음 세대까지 섶다리의 전통이 이어질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근심을 내비쳤다.
영월=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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