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비정규軍'이 이스라엘 노린다…헤즈볼라와 제2전선?

서유진 2023. 10.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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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군사 목표물을 공격하는 등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상황이 삼엄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하마스의 편을 드는 헤즈볼라까지 전쟁에 개입하면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만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제2의 전선을 형성하면 북쪽에선 헤즈볼라, 남쪽에선 하마스를 상대하며 이중으로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레바논에 거주하는 한 팔레스타인인이 16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과 연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은 지난 7일 새벽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계속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군사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전날에도 IDF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을 공격한 헤즈볼라 군사 기반 시설을 공습했다. 또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북쪽을 항해 대전차 미사일 수십 발도 발사했다.

14일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로이터 기자 이삼 압달라의 시신을 옮기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앞서 16일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경을 따라 이스라엘 군 초소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5곳을 파괴하며 이스라엘군을 도발했다. 15일엔 헤즈볼라가 발사한 미사일로 이스라엘 북부 슈툴라 마을에서 1명이 죽고 3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잇달았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 근처 2㎞ 이내에 있는 28개 마을 거주민에 대피 명령을 내리며 레바논과의 추가 충돌에 대비했다. 통신은 대피령 자체가 레바논 국경에서 분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7일) 다음날인 8일, 하마스 지지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이스라엘 북부 골란 일대에 로켓과 박격포를 발사했다. 사진은 레바논 국경지대 인근 갈릴리호 북부에 모인 이스라엘 탱크. AFP=연합뉴스

헤즈볼라는 당장에라도 전면전에 들어갈 태세다. 나임 카셈 헤즈볼라 부사령관은 집회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투에 기여할 완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헤즈볼라의 '자금줄'인 이란도 이스라엘 전쟁에 선제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6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원하는 대로 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선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오늘 선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내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워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내용을 공개했다. 1983년 창설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하마스(수니파)와 정파는 다르지만, 둘 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스라엘은 이란과 헤즈볼라에 동시에 경고장을 날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6일 "이란과 헤즈볼라는 우리를 시험하려 들지 말라"며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리오르 하이아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도 "북부 전선을 확대할 경우, 레바논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NYT "팔 사상자 늘면 헤즈볼라 개입 명분↑"


외신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을 가자지구에 국한하려 하지만, 결국 확전의 키를 쥔 헤즈볼라의 행보가 관건이라고 봤다. 특히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사상자 수가 늘면 헤즈볼라에게 북부 전선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믹 멀로이 전 미국 국방부 중동담당 부차관보는 뉴욕타임스(NYT)에 "하마스가 파괴될 것처럼 보인다면 헤즈볼라가 북부 전선에 개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더 많이 사망할수록 지역주민 분노는 커질 수 있다"면서 "이때 헤즈볼라가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도 헤즈볼라의 '약한 부하'에 불과"


전문가들은 헤즈볼라를 이번 전쟁의 '게임 체인저'(결과·판도를 뒤바꿀 핵심 요소)로 규정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적이기 때문이다.
헤즈볼라 전사들. AP=연합뉴스

피라스 막사드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타임지에 "하마스는 헤즈볼라의 '약한 부하(weak underling)'에 불과하다"며 "헤즈볼라의 개입은 이스라엘은 물론 지역 전체의 판도를 뒤바꿀 것"이라고 평했다.

일단 군사력이 뒷받침된다. 포린폴리시(FP)는 "헤즈볼라는 매년 이란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받고 다양한 대함 순항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까지 갖고 있다"며 "레바논 정규군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가졌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군 기지와 보병부대를 겨냥할 수 있는 정밀 유도미사일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정규 군대'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헤즈볼라 병력은 약 6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2021년 최고 지도자인 나스랄라는 헤즈볼라 무장전사가 1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2014년 시리아 내전과 예멘 내전 등에 참여했다. 내전 경험이 있는 전투원만 수천 명 이상이라고 뉴욕타임즈(NYT)는 전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에 입성한 모습. 신화=연합뉴스


레바논 민심 무시 어려워…국민 75%는 빈곤선 이하


다만, 헤즈볼라가 경제고에 지친 자국 민심을 무시하고 전쟁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레바논은 2019년 경제 위기 이후 물가 상승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통화 가치가 90% 급락했다. 미 CNBC는 레바논 국민의 4분의 3이 빈곤선 밑으로 내몰렸다고 전했다. 때문에 레바논인의 상당수가 경제 위기 이래 헤즈볼라에 반감을 품고 있다.

CNBC는 "레바논인들은 금융 시스템 붕괴 등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헤즈볼라도 (악화한)자국 여론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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