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정미 지도부 사퇴' 꺼낸 류호정 "국힘보다 더 무책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7일 “현 지도부의 자강론(自強論)은 실패했다”며 이정미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류 의원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정의당 지도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보다 더 무책임하다”고 성토했다. 전날 정의당 청년 조직(청년정의당) 김창인 대표가 사퇴하면서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류 의원까지 ‘이정미 지도부’ 사퇴 요구에 동참하면서 정의당 내부 갈등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패배로 이렇게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이정미 지도부의 ‘자강 노선’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으면 당내 ‘대안신당 당원 모임’(대안신당 모임)과 공동행동에 나서는 걸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신당 모임은 김종대·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21일로 창당 11주년을 맞는 정의당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10~12일)에서 당 지지율은 4%로 4년 전 같은 기관 조사(7%, 2019년 10월 8일·10일)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득표율은 1.83%로 진보당(1.38%)에 추격을 허용했다. 류 의원은 위기 해법으로 “한 번도 실험해보지 않았던 제3지대 신당 창당으로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강서구청장 선거 득표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낮았다.
A : “내부에서 ‘제3지대 공간을 확장하자’고 제안했지만, 이정미 지도부는 자강론을 고집했다. 정의당이 짜놓은 판에 녹색당을 흡수하고, 민주노총 일부를 흡수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애초에 관심을 끌 수 없는 얘기만 하니 실패한 거다.”
양당의 총력전 탓에 구도 자체가 불리했다.
A : “선거 전부터 양극단의 진영 정치는 심했다. 다 알고 시작했는데, 지도부가 이제 와서 그런 이유를 대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국민의힘과 똑같다.”
Q : 무엇이 똑같나.
A : “주권자의 심판을 받았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건 똑같다. 오히려 정의당이 더 무책임하다. 저쪽(여당)은 임명직 당직자 사퇴니 뭐니 ‘하는 척’이라도 하지 않았나. 우리는 지도부도 그대로고, 임명직 당직자도 그대로다.”
류 의원은 정의당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심상정 의원과 인천연합(이정미 대표가 속한 당내 최대 계파)이 번갈아 가며 운영한 정의당이 서서히 몰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의원은 다음달 19일 재창당 당대회 이후 총선 지도부를 새롭게 구성하겟다는 지도부 계획에 대해서도 “위기 의식도 없고 비겁한 알리바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옛 시기로 돌아가려 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Q : 금태섭 전 의원이나 양향자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도 연대 대상으로 보나.
A : “양당제를 부수고 대안세력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룹들을 다 만나야 한다. 그러면서 차이점보다 공통점부터 찾는 게 필요하다. 서로를 악마화하는 양극단 진영 정치에 지친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이 구도를 깨야 한다. 20대 국회 때 민주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만든 적이 있다. 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나.”
Q : 정의당이 추구해온 가치를 바꾸자는 건가.
A : “민주주의와 노동의 권리를 지키고, 더 잘 싸우기 위해 우리의 관습·조직·방법을 바꾸자는 얘기다. 반(反)독재·민주화 세계관이나 ‘노동자 대투쟁’ 같은 언어를 넘어서야 한다. (진보 진영에선) 기존 방식을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너무 쉽게 ‘반(反)민주’ ‘반(反)노동’ 낙인을 찍는데, 그러면 갈등만 남고 해결되는 게 없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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