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벌써 -1.2도" 잊혀진 가을?…그래도 겨울 일찍 안 온다
가을은 ‘잊혀진 계절’이 되는 걸까. 일부 지역의 기온이 0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가을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직장인 정성원(35)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소매를 입었고 가을옷들을 꺼낸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며 “어젯밤부터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서 급하게 겨울 코트를 꺼내서 입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평년보다 2.7도 낮은 7.5도까지 떨어졌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5.9도였다. 서울 광화문 앞 도로에는 패딩을 입거나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서울 북한산에는 첫 단풍이 관측됐다. 보통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강원 강릉(왕산)과 대관령은 기온이 각각 -1.2도, -1.7도까지 떨어졌다.
가을 스치고 바로 겨울?…가을 없는 것 같은 이유
10월부터는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온 찬 공기가 주기적으로 한반도에 유입되면서 기온을 크게 낮췄다. 1일부터 16일까지 평균 기온은 16.7도로 평년(16.8도)보다 오히려 낮았다. 이렇게 9월과 10월의 기온 변화가 이례적으로 큰 게 가을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9월까지는 남쪽으로부터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기온이 높게 나타났다”며 “이달부터는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마치 수제비가 떨어져 나오듯이 찬 성질을 가진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고 있고, 그 차이로 인해 기온차가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패딩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늘었다. 세탁 기업 크린토피아는 옷장에서 겨울옷을 꺼내서 입을 수 있도록 23일부터 겨울옷 세탁비를 15% 세일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리에 우박까지…가을 실종은 농가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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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가을 10일 이상 짧아져
주말 서울 4도…“올겨울은 일찍 안 온다” 왜?
가을이 짧아지는 추세이지만, 기상학자들은 올겨울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올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으면 겨울이 시작됐다고 본다.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지속되면서 여름철부터 이어졌던 고온 추세가 올겨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쪽에서 강한 한기가 내려오면서 일시적으로 매서운 추위가 찾아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말인 21~22일에도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서울의 아침 기온이 4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가을이지만, 가을이 실종된 듯한 날씨가 이어질 거란 얘기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북극 해빙이 많이 녹은 상황에서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북쪽의 한기가 내려와 한 번씩 한파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도 한기가 강하게 내려오고 바람도 강하게 불기 때문에 패딩을 꺼내 입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정은혜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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