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작사가 하청기지 전락? 그럼 넷플이 되레 곤란해진다 왜
푹 S&P 애널리스트가 본 OTT시장
■ 콘텐트 동네, TMI 인터뷰
「 1조 vs 20억. 기껏 만들어 넷플릭스에 최대 500배 대박을 안겨준 ‘오징어 게임’ 제작사의 씁쓸한 수익 추정치입니다. 전 세계는 IP(지식재산권) 전쟁 중입니다. 제작사들도 더이상 ‘오징어’가 되지 않으려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K-콘텐트가 글로벌 OTT 하청기지로 전락할 거란 우려는 있습니다. 글쎄요? 그러면 넷플이 되레 곤란해진다는 전망도 있군요.
」
‘1조원 vs 20억원.’ 넷플릭스와 한국 제작사 싸이런픽쳐스가 ‘오징어 게임’에서 얻은 수익 추정치엔 무려 500배 차이가 났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앞으로 4년간 3조원 넘는 투자를 발표해도 “재주는 한국 제작사가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가져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제시카 푹 OTT담당 애널리스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론 이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방한한 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예로 들며 “한국 제작사가 성공 사례를 통해 글로벌 OTT와의 협상에서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IP(지식재산권)을 확보한 것처럼 앞으로 제작사들은 전략에 따라 IP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브·티빙 등 한국 토종 OTT에 대해서도 “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트에 대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며 “다만, 전술적으로 잘 되는 콘텐트 위주로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Q : 글로벌 OTT에서 ‘오징어 게임’의 의미는.
A : “좋은 콘텐트는 어디에서건 먹힌다는 걸 증명했다. 대규모 투자 없이도 스토리라인이 좋고, 촬영 기술만 훌륭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징어 게임’ 외에도 한국 콘텐트는 최근까지 비영어 부문 1위를 여러 번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아마존 등도 지역 콘텐트 투자를 늘리고 있어 한국 제작사에 대한 투자 전망은 밝다.”
Q : 하청업체 전락 우려도 나온다.
A : “앞으로 플랫폼과 제작사가 협력하는 다양한 모델이 나올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한국 제작사도 협상권을 갖게 됐다. 넷플릭스 역시 한국 제작사가 무너지면 곤란하다. 이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Q : OTT 산업 측면에서 한국 시장은.
A :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OTT 시장 중 하나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모델에 따르면, OTT 보급률은 2020년 이후 3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통적인 유료방송 가입자가 가구당 100%를 넘는 상황에서 굉장히 독특한 상황이다.”
Q : 한국에서 급성장한 이유가 뭔가.
A : “기존 한국 방송사 OTT는 본방을 놓친 프로그램을 뒤늦게 보는 부차적인 플랫폼에 불과했는데 해외에서 갑자기 등장한 넷플릭스가 이렇게 매력적인 콘텐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Q : 토종 OTT도 빠르게 성장했다.
A : “특히 OTT 플랫폼의 합병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2019년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이 ‘웨이브’로 합병했다. CJ ENM의 ‘티빙’과 KT의 ‘시즌’은 지난해 합병했다. 한국 토종 OTT의 놀라운 발전엔 한국 소비자가 한국 콘텐트를 선호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Q : 글로벌 OTT의 승자는 누가 될까.
A :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에선 넷플릭스가 유독 강하지만, 일본은 아마존이 훨씬 잘하고 있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시장에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 적도 있다. OTT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트, 두 번째가 가격 정책인데 한국인은 프리미엄 콘텐트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경향이 강한 편인 반면에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Q : 여기서 토종 OTT가 살아남을까.
A : “경쟁은 한국 토종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OTT가 수익성을 키우는데 고전하고 있다. 중국의 지역 OTT 아이치이(iQiyi)와 텐센트 비디오(Tencent Video)는 2010~2011년 출범 이후 10년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다가 구독료를 올리기 시작한 건 최근 2~3년밖에 안 된다.”
Q : 오리지널 콘텐트를 계속 제작해야 할까.
A : “물론이다. 프리미엄 콘텐트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선별적이어야 한다. 투자는 지속하되 성공률을 높여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OTT 산업이 과거엔 구독자 수를 유의미하게 분석했다면, 지금은 수익성이 중요하다. 콘텐트의 총량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프리미엄 콘텐트를 가졌는지가 OTT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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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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