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 더미' 에너지 공기업, 해외 신재생 투자 절반이 적자

정종훈 2023. 10.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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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발전 시설 뒤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이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지만 '실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기업 대부분이 부채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해외 투자 부진까지 겹치며 재무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개사(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이 투자한 해외 신재생 사업은 누적 22건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1건의 최근 사업 순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수원 스페인 태양광, 동서발전 칠레 태양광 등 3건의 사업은 수익성 저조로 매각·청산을 추진 중이거나 조기 종료됐다. 일부는 손을 터는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한전의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 사업은 인수 5년 만인 지난해 종료됐다. 현재는 지주회사 청산을 진행 중인데, 자본금·지급보증액을 합친 매몰 비용만 2600만 달러(약 350억원)에 달한다.

김주원 기자

이는 정부 보조금과 기후·송전 변수 등 사업 리스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투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멍구·랴오닝성·간쑤성에 걸친 한전의 중국 풍력 사업은 중국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보조금 액수가 1447억원을 넘는다. 특히 간쑤성 사업은 주변 신규 풍력 발전소 증설에 따른 풍속 저하·송전 제약과 중국 측 재원 부족에 따른 보조금 지급 지연 등이 겹치면서 경영 악화를 불러왔다. 최근 4년간(2019~2022년) 적자 규모만 122억원이며, 지난 8월 기준 자본잠식률이 69%에 달한다.

서부발전이 참여한 호주 배너튼 태양광 사업은 일사량 감소·송전선로 제약 등으로 2020년 상업운전 개시 이후 연 수십억 원의 손실이 쌓이고 있다. 또한 남동발전의 불가리아 태양광 사업은 정부 지원액 감소로 매출이 크게 줄면서 올 상반기 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의 콜로라도 사업도 기상 문제에 따른 저조한 발전량 등이 사업 종결로 이어졌다.

한전 관계자는 "마이너스 실적인 풍력·태양광 해외 사업들은 인건비 등 운영 비용 절감, 신규 수익원 개발 같은 대책을 통해 사업성 향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공기업들이 신재생 사업 유망성이나 정책 방향만 보고 뛰어드는 대신, 투자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진행된 사업도 있지만, 전체 사업 22건 중 15건은 '신재생 드라이브'를 걸던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투자다.

익명을 요청한 공기업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국내·외 가리지 않고 신재생 사업을 정책적으로 장려하다 보니 공기업 투자도 확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 당시 유럽·미국 등의 신재생 사업이 활성화돼 있고, 이자율도 낮은 편이라 여러 투자가 다 같이 추진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시설 모습. 사진 국무조정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으로 극심한 재무 부담을 떠안은 에너지 공기업으로선 해외발(發) 손실이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한전은 2021년 이후에만 47조원 넘는 영업손실이 쌓였다. 총부채도 6월 말 기준 2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 중부발전(199%), 한수원(165%), 서부발전(152%) 등도 지난해 기준 부채 비율이 100%를 훌쩍 넘겼다. 자체적인 경영 자구책을 진행 중이지만, 전기요금 현실화 등에서 갈 길이 멀다.

양금희 의원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 구조상 해외 신재생 사업을 마냥 벌여둘 순 없다. 수익성을 확보할 대책을 비롯해 해외 사업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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