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3만 번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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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남은 날들도 잘 마무리하자는 인사를 자주 듣게 되면서 이미 한 해가 다 지나갔다는 느낌이다.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려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고 별달리 이룬 것 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에 심경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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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남은 날들도 잘 마무리하자는 인사를 자주 듣게 되면서 이미 한 해가 다 지나갔다는 느낌이다.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려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고 별달리 이룬 것 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에 심경이 복잡해졌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삶은 누구나 바라는 축복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화와 쇠퇴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숨어 있다. 나이 듦에 성숙, 희망, 기대감과 거리가 먼 부정 감정이 먼저 따라붙는 건 삶을 ‘헤이플릭 한계’에 가둬 바라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외장하드 파일을 정리하다 대학생 때 과제로 만들었던 영상을 발견했다. 영상은 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뤘거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뜨겁게 살았던 인물들이 얼마 동안 이 세상에 머물렀는지를, 하루 단위로 전하는 1분50초짜리 다큐멘터리 형식의 단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기준 평균 기대수명 82.7세(1위 일본에서 10위 스웨덴까지 10개 국가의 평균). 이를 1일로 환산하면 인간은 대략 3만 번의 하루를 산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2만7793일,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2만2625일, 시인 윤동주 9910일, 가수 존 레넌 1만4670일, 노동운동가 전태일 8114일, 간호사 나이팅게일 3만2964일, 화가 반 고흐 1만3635일, 독립운동가 유관순 6496일. 인생의 기간 한정 3만일. 당신은 몇 번의 하루를 보냈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페이드아웃으로 영상이 끝난다.
나는 영상을 여러 차례 반복해 돌려본 후 오늘을 다시 살아보기로 했다. 책을 읽을 때 집중하는 건 쪽수 번호가 아니라 내용인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라는 걸 되뇌었다. 3만 번의 하루 중에 며칠을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충실했는지에 있다. 부유일기 같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각자의 몫이겠지만 다시 찾아온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축복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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