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 "팬 앞에서 경기를 뛰지 않는 게 용납 안 돼"

베트남전 풀타임을 뛰며 건재를 과시한 손흥민. 연합뉴스

"팬 여러분 앞에서 경기를 뛰지 않는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한국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베트남전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손흥민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는 지난 13일 튀니지전에는 다리 근육 이상으로 결장했다.

하지만 이날은 후반 골을 터뜨렸고,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골을 돕는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2000여 관중은 "손흥민"을 연호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TV 중계 인터뷰에서 "초반부터 경기를 잘 풀어간 것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라며 "많은 기회에서 더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숙제지만, 선수들이 칭찬받을 경기를 했다"고 자평했다.

클린스만호는 튀니지전과 베트남전 두 경기에서 10골을 몰아치는 골 잔치를 벌였다. 손흥민은 "상대가 누가 됐든 2경기에서 10골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기회를 놓친 장면도 나왔는데, 마무리 부분을 조금 더 연습하면 앞으로 다가오는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씨도 쌀쌀한데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몸 상태에 대해선 "축구 선수로 살면서 부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오늘 경기 출전 여부를 고민했는데, 한국에 와서 팬 여러분 앞에서 경기를 뛰지 않는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손흥민은 "감독님과 상의해서 제가 경기에 뛰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제가 훈련에도 많이 참여하지 못했는데, 제 의사를 존중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대표팀 감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튀니지전에서 이강인과 이재성이 자리를 바꾼 것이 선수들끼리 얘기한 부분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그런 부분이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건 너무 안 좋게 보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클린스만 감독을 옹호했다.

그는 "선수들이 다 능력도 있지만, 좋아하는 위치도 각자 다르고 그날 경기가 안 풀리면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며 "감독님이 자유롭게 해주시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너무 날카롭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11월부터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 돌입한다. 손흥민은 "3연승으로 선수들 자신감도 올라왔다"며 "첫 승이 늦어진 만큼 앞으로 계속 좋은 경기력,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원=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