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30대 여성 ‘취업 여풍’과 출산율 하락
국내 취업시장에 30대 여성의 ‘우먼파워’가 거세다. 9월 기준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68.8%로 역대 최고다. 쉽게 말해 30대 여성 3명 중 2명 이상은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1년 9월과 비교하면 무려 7.5%포인트나 뛰었다. 2010년만 해도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54%선이었는데, 2017년 처음으로 60%를 넘은 이후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다.
배경으로는 우선 혼인·출산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게 꼽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출산 자체가 적어졌다. 아이가 있더라도 남편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는 게 이젠 보편적이다. 배우자가 있는 30대 중 맞벌이 비중은 지난해 54.2%로 역대 최고였다.
고령화도 한몫하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로 돌봄 수요가 늘면서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같은 보건복지업에 30대 여성이 많이 취업하고 있다. 여기에 성별에 따른 직업 경계가 낮아진 영향도 있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일부 전문가는 이를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여성이 일을 놓지 않으면 결국 출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30대 여성이 가정을 포기하고 일을 선택했으며, 그 결과는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선진국 사례를 보면 이런 통념은 옛말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80년에는 여성 취업률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반비례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2000년 들어서는 둘의 상관관계가 정비례로 바뀌었다. 예컨대 1980년 여성 고용률이 60%를 조금 웃돌던 미국의 출산율은 1.75명이었지만, 고용률이 17% 증가한 2000년엔 출산율이 2.1명으로 올라섰다. “직장에 다니면서 동시에 엄마가 되는 게 경제적·사회적으로 쉬워지면서 출산율이 올라갔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한국 취업시장에서 ‘여풍’은 이제 상수(常數)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여성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이젠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직장 일을 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다. 이것이 인구절벽 재앙에서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이자, 초고령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몇 안 되는 대안이다.
손해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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