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내년 봄을 심어보세요
가을철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말이 살을 찌워 겨울을 대비한다’는 의미다. 정원에도 딱 그런 시간이 찾아왔다. 가을은 준비와 대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요즘 알뿌리식물 판매가 한창이다. 알뿌리식물은 식물의 역사로 보면 후반후에 나타난 진화된 식물로, 뿌리를 부풀려 영양소를 만든다. 이 영양 가득한 알은 다음 해 싹과 꽃을 피우는 데 쓰이는데 요리용 양파, 마늘 등이 여기에 속한다. 관상용으로는 튤립·수선화·무스카리·히아신스 등이 있다. 알뿌리식물이 이렇게 진화해 온 이유는 어떤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우겠다는 준비 정신 때문이다.
이 알뿌리는 지금 구입해야 한다. 지금부터 땅이 얼기 전까지 묻어주는데 추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극강의 겨울 추위만 아니라면 대부분이 우리나라 겨울을 잘 이겨낸다. 오히려 추위를 타지 않으면 날이 따뜻해져도 봄을 인지하지 못해 꽃을 피우지 못한다. 만약 사두고, 때를 놓쳤다면 반드시 냉장고 안에 넣어서라도 추위를 겪게 하고, 다음 해 봄에 심는 것이 좋다.
알뿌리를 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알뿌리의 선정이다. 내년 봄 화단을 상상하며 색상, 크기, 피어나는 시기 등에 맞춰 구입하면 된다. 심는 깊이는 알뿌리 크기의 4배 밑이 가장 적절하다. 물론 화분에 심을 수도 있다. 깊이가 있는 화분을 선택한다면 알의 크기가 큰 것을 밑으로, 작은 것을 위로 켜켜로 심어준다. 이걸 서양에서는 이탈리아 요리 라자냐처럼 심는다고 해서 ‘알뿌리 라자냐 화분’으로 부른다. 알뿌리 심은 화분에 꽃배추·팬지 등의 겨울꽃을 심어 계속해서 물을 주는 것도 좋다. 만약 베란다나 창가에 두어 따뜻한 기온이 유지된다면 생각보다 일찍 꽃을 보게도 된다.
정원은 늘 계절을 앞서간다. 심었다고 다 나오지는 않아도 분명한 것은 심어야 봄을 기대할 수 있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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