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도 착공도 반토막…불안한 아파트값
올해 전국의 민영아파트 분양 물량이 20만 가구를 밑돌며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지속해서 둔화한 영향이다. 시장에 주택 공급이 크게 줄면서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부동산 정보 분석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분양된 전국 민영아파트(민간 분양·임대)는 총 11만310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내 총 계획 물량(25만8003가구)의 44%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분기별로 1분기 2만8908가구, 2분기 3만4725가구, 3분기 4만9470가구 등이었다. 그나마 4분기에 약 8만여 가구의 민영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합해도 올해 총 공급량은 20만 가구를 밑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2013년 20만281가구 이후 10년 만에 민영아파트 최저 물량을 기록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3년간 민영아파트가 매년 30만 가구 내외로 공급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 분양 물량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공공주택 공급은 훨씬 적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공공주택으로 분양 6만 가구, 임대 2만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달 말까지 분양 3240가구, 임대 2755가구 등 총 5995가구만 공급됐다고 밝혔다. 공급 목표 대비 실적이 6.8%에 불과하다. 이처럼 분양 실적이 저조한 건 올 상반기까지 건설사가 미분양을 우려해 대거 분양을 미룬 영향이 크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워낙 위축돼 있었다”며 “공사비, 금리는 오르는데 미분양까지 떠안으면 생돈만 나가는 꼴이어서 분양 시기를 못 잡은 사업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규제를 풀면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났고, 건설사도 조금씩 분양 일정을 재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수요가 받쳐주는 서울·수도권과 광역시 위주로만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장기간 고금리가 예상되고 경기도 좋지 않아 선별적으로 분양에 나서고 있다”며 “시행사 쪽에서도 선뜻 신규 주택사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내년에는 분양 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착공 물량은 11만40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56%) 났다. 작년에 인허가를 받고도 올해 상반기까지 착공하지 않은 착공 대기물량이 33만 가구에 달한다.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등 건설사 자금난 해소 방안을 내놨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많다.
전문가는 주택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집값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분양 물량이 줄자 서울은 청약경쟁률이 많게는 100대 1을 넘고, 분양가가 오르는 등 시장 과열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 가격은 3200만원을 돌파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2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1660만원)의 2배 수준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을 위해선 시장이 예상한 물량이 차질 없이 공급되고, 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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