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왼손에 라켓 쥐고 메달 따렵니다”
5년 전 자카르타에선 오른손으로 메달을 땄는데 항저우에선 왼손으로 메달을 노린다.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김명제(36·스포츠토토 코리아)가 주인공이다.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Asain Para Games·APG)가 22일 개막해 28일까지 일주일간의 열전을 치른다. APG는 척수·절단·시각, 뇌병변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지역 최고 권위의 대회다. 한국은 21개 종목에 345명(선수 208명·임원 137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16일 선수단 본진이 항저우로 떠났다.
김명제는 하마터면 항저우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이 등급 재분류를 지시했는데 ‘보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경기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선수 등급을 나눈다. 김명제가 뛰는 쿼드(quad) 종목은 사지마비 선수 중 세 곳 이상을 쓰기 힘든 선수들이 출전한다. 그런데 오른손으로 라켓을 휘두르다 왼손으로 바꾼 게 문제가 됐다. 그는 결국 캐나다까지 날아가서 재검사를 받은 끝에 어렵사리 출전 자격을 얻었다.
김명제는 “외국에서도 이런 전례가 없으니까 등급 재분류 심사를 받아야 했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고 했다.
김명제는 야구선수 출신이다. 2005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2009년까지 통산 22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 선발투수로 나섰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2009년 겨울 차를 몰고 가다 추락사고를 당했다. 12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생명은 건졌지만, 경추 골절로 야구선수 생활을 접었다.
재활훈련을 통해 간신히 걸을 수 있게 됐지만, 다른 이의 시선이 두려웠다. 혼자서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체중이 30㎏ 이상 불었다. 가족의 권유로 헬스장을 찾았다가 휠체어펜싱 선수를 만났다. 그를 따라 2013년 겨울 휠체어테니스를 시작했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그는 곧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8 자카르타 장애인 경기대회에선 은메달(복식)을 따냈다.
5년 전 자카르타 대회에서 김명제는 오른손으로 라켓을 휘둘렀다. 그러나 오른손 검지와 엄지의 힘이 약해지자 몇 년 전부터 왼손으로 바꿨다. 2년 전 도쿄 패럴림픽에도 왼손으로 출전했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김명제는 올해 항저우 대회에서도 왼손으로 라켓을 잡는다.
김명제는 “초등학교 때는 왼손 타자였다. 그러나 오른손을 쓰다 다시 왼손으로 돌아오니 낯선 부분이 많다”며 “여전히 부족하다. 서브·발리·포핸드·백핸드 등을 왼손으로 하려니 무척 어렵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명제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14년 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다시 일어선 그를 응원하는 이도 많지만, 비난하는 이도 적잖다. 김명제는 “저를 안 좋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잘못을 인정한다”며 “요즘도 음주운전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휠체어테니스는 비장애인 경기와 비슷하다.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한다는 점과 두 번의 바운드까지 허용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나인철 감독이 이끄는 휠체어테니스 대표팀은 5~6개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명제는 특히 차민형과 나서는 복식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명제는 “인도네시아에선 오른손으로 메달을 땄다. 항저우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양손으로 메달을 딴 최초의 선수가 된다. 이를 악물고 라켓을 휘두르겠다”고 말했다.
■ 김명제
「 생년월일 1987년 1월 5일
소속 스포츠토토 코리아
신체조건 1m86㎝, 95㎏
세계랭킹 47위(쿼드)
경력
◦ 2005년 프로야구 두산 입단
◦ 2007년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
◦ 2009년 교통사고
◦ 2013년 휠체어테니스 시작
◦ 2018년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은메달(쿼드 복식)
◦ 2021년 도쿄패럴림픽 출전
」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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