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3년만에 완간…“큰 숙제 끝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74) 명지대 석좌교수의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가 총 6권으로 완간됐다. 총 2500쪽에 2650여개의 사진 자료가 담긴 방대한 분량이다. 2010년 1권을 낸 이후 마지막 6권을 마무리 짓기까지 13년이 걸렸다.
한국미술사의 특정 시대 또는 분야에 집중한 책은 여럿 있었지만 한국 미술 전반을 다룬 미술사 책은 드물다. 유 교수는 시대로는 선사부터 조선까지, 분야로는 도자·건축·불교미술·능묘조각·회화까지 전 시대와 분야를 망라했다. 1권은 선사·삼국·발해, 2권은 통일신라·고려, 3권부터 6권은 조선시대의 미술사를 담았다.
1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 교수는 후련한 표정으로 “미술사가로서의 큰 숙제를 마무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의 대표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인문학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380만부가 팔리면서 밀리언셀러가 됐지만 그는 “한국미술사 강의가 내 이름 옆에 붙는 대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미술사를 집대성한 미술사가로 기억되고 싶다”면서다.
유 교수는 “회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4~6권을 쓰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4~6권은 조선의 조각·공예·건축이야기다. 그는 “각 분야를 세밀하게 다룬 책이 없어서 혼자 연구를 해가며 썼다”고 했다. 그가 특별히 애착을 갖는 것은 조선 미술 중에서도 ‘도자기’를 다룬 5권이다. 그림과 글씨(3권), 건축·능묘조각·불교미술(4권) 등 다양한 분야를 한 데 다룬 앞선 책과 달리 5권은 책 전체가 도자기 얘기다. 유 교수는 “도자를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 서양미술사와 달리 동양미술에서는 도자의 존재감이 매우 크다”며 “회화사를 전공했지만 한국미술사의 진수는 도자기”라고 했다. 5권에는 중국과 일본의 도자사도 담겼다. “조선시대 도자사를 세계 미술사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상대적으로 어떤 부분이 같거나 다른지 독자들이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조선의 공예·생활·장식미술을 담아낸 6권에는 특별한 분류법을 썼다. 금속·목재·종이 등 재료를 중심으로 장르를 가르는 기존의 공예 분류에서 벗어나 왕실공예·규방공예·민속공예 등 사용자와 제작 목적에 따른 분류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유 교수는 “기존의 분류법으로 금속공예사를 쓰면 왕실 도장인 국새와 절에 있는 범종, 민가에서 쓰는 화로가 한 데 뒤섞여 나온다”며 “이런 분류를 따르면 재밌는 스토리텔링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미술사를 공부하는 후배들이 새 분류법을 고안해내길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서양에선 미술사를 그리스·르네상스·바로크 등 시대로 나누는데 반해 한국은 도자·회화·조각 등 장르로 구분해왔다. 그는 서양식 구분에 따르면 미술사를 스토리 중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르네상스 시기에 인본주의가 유행했기 때문에 화가들도 신이 아닌 인간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는 식이다. 그는 “이 방식을 한국 미술에 적용하면 18세기 실학의 유행이 조선 회화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장르 구분을 중요시하면서 미술 외적인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런 장벽을 깨는 후배들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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