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반도체 對中 수출 규제 강화…저사양 AI칩도 막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강화된 조치를 추가로 도입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 규제를 우회해 중국에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판매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중 수출 통제 규제에서 한발 나아간 조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다. 밸리스톡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을 추가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기업들의 수출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마카오에 본사가 있거나 미국의 무기금수 조치 대상인 회사로 반도체 장비 등을 수출하는 것도 통제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는 방안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AI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 내지 14㎚ 이하)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정부에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저사양 반도체를 중국 수출용으로 별도 개발·생산하자 이를 전면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엔비디아는 AI용 첨단 반도체인 A100과 H100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수출규제에는 걸리지 않는 A800과 H800 반도체를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해 생산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고위 행정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이같은 판매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 자동차, 게임 시스템과 같은 상업용 애플리케이션에만 사용되는 칩은 면제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나 러먼도 미 상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조치가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변경됐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규정은 최소 1년 단위로 업데이트 될 수 있다"면서 "AI의 발전을 촉진하고 (중국의) 군사적 활용에 매우 중요한 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목표이며, 경제적으로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