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가 부른 비만치료제 열풍… 우리나라도 곧 나온다

문수정 2023. 10. 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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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날씬해진 몸으로 화제
시판 비만 치료제중 가장 우수
68주 투약시 15㎏ 감량 사례도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올해 들어 ‘날씬해진 몸’으로도 화제가 됐다. 약 1년 만에 13㎏가량을 감량했다고 한다. 머스크는 다이어트 비결로 간헐적 단식과 운동 등을 꼽으면서 약물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털어놨다. 머스크의 체중감량에 기여한 약은 ‘위고비’였다.

위고비는 현재 시판 비만치료제 중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의약품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체중감량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면서 비만치료제로도 쓰인다. 주 1회 투여하는 펜 형태의 주사제로 1년 정도 맞으면 극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68주를 투약한 경우 15㎏까지 감량한 사례도 있었다.

한달치 주사제 가격이 1349달러(약 190만원)에 이를 만큼 비싼데도 위고비는 ‘없어서 못 파는’ 의약품이 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120억8100만 덴마크 크로네(약 2조3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년 전보다 4.7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위고비는 단숨에 노보노디스크의 매출 기여도 2위까지 올랐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비만치료제로써 위고비는 2021년 미국에 이어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영국 등에서 판매 중이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으나 실제 출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위고비의 대흥행은 글로벌 제약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위고비보다 효능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비만치료제도 속속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비만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 적게는 50조원, 많게는 100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출시가 임박한 미국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위고비의 강력한 경쟁상대다. 마운자로는 임상 3상에서 72주 만에 비만 환자 체중이 2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의 최대 감량 효과는 15~17% 정도다.

마운자로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만 사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먼저 올해 안에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치료제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상 2상까지 마친 품목 가운데 체중감량 효과가 빠르고 압도적인 것은 일라이릴리의 ‘레타트루티드’다. 투약 48주 만에 임상시험에 참여한 비만 환자의 체중을 24.2% 줄였다. 마운자로가 20%대 감량 효과를 내기 위해 72주간 투약을 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간은 3분의 2로 단축되고 효과는 더 향상되는 셈이다. 아직 임상 3상 중이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공통점은 당초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는 데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포함된 성분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과 비슷하다. GLP-1 호르몬은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 인슐린 분비를 늘려 혈당을 낮춘다. 당뇨병 치료의 효과를 내는 원리다.

여기에 음식물 통과를 지연시켜서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체중감량 효과는 여기서 나온다. 위고비의 경우 세마글루티드, 마운자로는 티르제파티드라는 성분이 GLP-1과 유사하게 작동해 식욕을 감소시켜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효과가 뛰어난 만큼 부작용도 상존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구토, 설사, 변비, 복통 등 위장 장애, 두통, 피로가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이 GLP-1이 췌장염 위험도를 4.6배 정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중간에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 체중이 다시 돌아가는 ‘요요현상’을 겪을 수 있다.

주사제 타입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에 먹는 비만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2강’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도 경구형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국내 제약업계도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이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도 비만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식약처에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위고비처럼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 타입이다. 2025년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LG화학은 유전성 비만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LB54640’의 글로벌 2상을 올해 연말부터 이어갈 예정이다.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달리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 단백질처럼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도록 한다. 2025년 말 임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먹는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 1상 승인을 받은 일동제약(신약후보물질 ‘ID110521156’)과 전임상을 완료한 유한양행(‘YH34160’)도 식욕조절 단백질 유전자에 작용하는 먹는 치료제로써 개발 중이다. 주사제형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패치 형태로 개발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기업 라파스와 함께 신약후보물질 ‘DW-1022’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8월 임상 1상 IND를 신청해 임상 1상에 들어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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