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수원] ‘주장’ 손흥민 1골 1도움 맹활약…클린스만호, 베트남에 6-0 대승
클린스만호가 손흥민(토트넘)의 1골 1도움 활약은 물론, 유럽파 선수들의 연이은 골 릴레이를 앞세워 3연승을 질주했다. 당초 전망대로, 90분 내내 일방적인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공언한 ‘공격 축구’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26위)은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95위)과의 평가전에서 6-0으로 이겼다. 클린스만호는 전반 4분 만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코너킥 헤더 골이 나왔고, 28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추가 골까지 나왔다. 후반에는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까지 득점 쟁탈전에 가세했다.
말 그대로 ‘일방적’ 양상이 이어진 밤이었다. 클린스만호는 몇 차례 찬스를 허용하긴 했지만, 실점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부상 여파로 한 차례 출전을 건너 뛴 손흥민은 풀타임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전엔 완벽한 찬스를 놓쳤지만, 후반에만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동시에 7개월 만에 A매치 득점을 신고했다.
한편 클린스만호는 이날 승리로 베트남과의 상대 전적을 18승 5무 2패로 만들었다. 19년 만의 만남이자, 한국에서 열리는 59년 만의 매치업에서 웃었다. 동시에 클린스만호는 출범 후 처음으로 3연승을 질주했다. 지난 9월 잉글랜드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전 첫 승리를 신고한 데 이어, 홈에서 튀니지·베트남을 차례로 격파했다. 4경기 연속 무실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평가전을 마친 클린스만호는 클린스만의 감독 말대로 ‘시험대’를 앞뒀다. 오는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다. C조에 속한 클린스만호는 다음달 16일 싱가포르(홈) 22일 중국(원정)과 차례로 만난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16) 열린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팀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가져가야 할 시점”이라며 로테이션에 대해 선을 그었다. 동시에 교체 카드를 적극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바 있다. 그의 공언대로, 클린스만호는 이날 베트남을 맞이해 전방에 손흥민과 조규성(미트윌란)을 내세웠다. 황희찬, 이재성(마인츠) 박용우(알 아인) 이강인이 뒤를 받쳤다. 백4는 이기제(수원 삼성) 김민재, 정승현·설영우(이상 울산 현대)였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꼈다. 지난 13일 튀니지전과 비교한다면 홍현석(KAA 헨트)과 김승규(알 샤밥)가 빠지고, 손흥민과 조현우가 투입됐다. 사실상 베스트 라인업이었다.
초반 클린스만호의 배치는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예상대로 ‘일방적인’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전반 2분 이강인의 중거리 패스가 상대 수비에 발을 맞고 황희찬까지 연결됐다. 황희찬은 자신 있게 드리블을 시도했으나, 슈팅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이어 약속된 스로잉 플레이를 시도했으나, 수비에 막혔다.
하지만 이내 황희찬의 장기가 다시 한번 나왔다. 전반 2분 왼쪽 측면에서 1대1 돌파로 수비를 뚫어낸 뒤, 중앙으로 연결했다. 공은 베트남 수비가 걷어냈으나, 이를 잡은 박용우가 중거리 슈팅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공은 골문 위로 벗어났지만, 깔끔한 전개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전반 4분에는 손흥민, 조규성이 강한 압박으로 볼 탈취에 성공했다. 이는 코너킥으로 연결됐는데, 이는 클린스만호의 첫 축포로 이어졌다. 이강인의 코너킥을, 골문 앞에 대기한 김민재가 가볍게 뛰어올라 헤더로 연결했다. 베트남이 김민재를 자유롭게 놔줬고,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선제 실점한 베트남은 한국 진영으로 넘어와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내 김민재에게 막혔다. 이는 다시 한국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이강인·손흥민·이재성·황희찬의 패스 플레이가 완성됐고, 이기제의 크로스까지 연결됐다. 다만 크로스가 높아 마지막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9분에는 베트남이 이재성에게서 볼을 탈취한 뒤 오른쪽 측면을 공략, 크로스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공이 다소 길었고, 설영우가 마지막에 공을 지켜내 소유권을 가져왔다.
초반 황희찬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빛났다. 13분 왼쪽에서부터 전개된 공을, 박스 안 조규성이 등을 진 뒤 황희찬에게 연결했다. 황희찬은 멋진 상체 페인팅 이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는데, 공은 수비수를 맞고 벗어났다. 직후 코너킥에선 이강인-이재성의 약속된 세트피스 플레이가 나왔으나, 아쉽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15분에는 오른쪽의 이강인이 빛났다. 최후방에서부터 전개된 공을, 3명의 선수를 거쳐 이강인에게 연결됐다. 이강인은 직후 오른쪽 설영우에게 열어줬다. 설영우는 다시 이강인에게 낮은 크로스를 연결했고, 그는 가볍게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다만 이 공은 골대 왼쪽 기둥을 맞고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이강인의 플레이에는 거침이 없었다. 상대가 미숙하게 처리한 공을, 멋진 상체 페인팅으로 수비를 이겨낸 뒤 박스 안 손흥민에게 1대1 찬스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손흥민의 슈팅은 골키퍼 다리에 걸렸다. 이번에는 황희찬이 멋진 드리블 이후 조규성에게 연결했다. 하지만 조규성과 설영우와 연이은 슈팅은 수비에 막혔다. 18분에는 조규성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오른발 발리슈팅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하지만 베트남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21분, 하프라인 뒤 얻은 간접 프리킥 기회에서 한국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 패스를 전했다. 베트남의 주장 도 훙 둥의 첫 슈팅은 수비를 맞고 굴절됐으나, 이 공이 쯔엉 티엔 안에게 걍했다. 하지만 티엔 안의 슈팅은 약하게 맞아 조현우 품에 안겼다.
2분 뒤에도 왼쪽 멀리서 넘어온 크로스가 한국 수비진을 위협했다. 김민재가 머리로 걷어냈는데, 공이 이번에도 띠엔 아인에게 향했다. 그는 멋진 슈팅 페인팅으로 이기제를 제쳤다. 오픈 찬스에서 왼발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문 위로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1분 뒤 압박에 성공한 클린스만호는 조규성이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 4명을 단 상태에서 홀로 있는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슈팅은 골문 위로 벗어났다.
다소 답답한 흐름이 이어진 전반 26분, 황희찬이 결국 빛났다. 손흥민·이재성의 패스가 단숨에 황희찬까지 연결됐다. 황희찬은 박스 안에서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의 A매치 통산 11호 골.
분위기를 끌어 올린 황희찬은 거침이 없었다. 28분 홀로 왼쪽 측면을 모두 돌파한 뒤 크로스를 시도했다. 조규성의 헤더까지 연결됐으나, 골문 왼쪽으로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29분 응우옌 딘 박이 완벽한 찬스를 잡았으나, 이 슈팅마저 골문 위로 벗어났다. 설영우와 박용우의 아쉬운 볼처리가 나온 순간이었지만, 실점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30분엔 이강인의 아웃프런트 크로스를 시작으로, 손흥민의 슈팅이 다시 한번 나왔으나 수비 벽에 막혔다.
32분 손흥민, 이강인의 패스가 조규성까지 연결됐으나, 그의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직후 이강인의 왼발 프리킥도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나머지 시간은 황희찬, 이강인의 화려한 드리블이 이어졌다.
전반 막바지엔 설영우의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기회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아쉬움을 삼켰다. 일방적으로 리드한 양상치고 다소 득점이 부족했지만, 선수들의 좋은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전반전이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진을 교체했다. 이기제와 설영우, 정승현을 뺐다. 대신 베테랑 김진수(전북) 김태환, 김영권(이상 울산)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영권은 이날 출전으로 A매치 통산 103번째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로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후반에도 클린스만호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강인의 크로스를, 조규성이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3분 이강인은 하프라인 아래서부터 역습을 전개했다. 그는 손흥민과 공을 주고받은 뒤, 황희찬에게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황희찬이 멀티 골을 노렸으나, 이번에는 골키퍼 손끝에 걸렸다. 전반전 아쉬움을 남긴 손흥민은 이번에는 골을 만들었다. 이재성과 2대1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박스 왼쪽에서 중앙으로 연결했다. 쇄도한 조규성이 경합 어려운 자세에서 공을 터치해 골망을 흔들었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수비수를 맞고 들어가 자책골로 기록됐다.
후반 10분 손흥민과 김진수의 약속된 코너킥 플레이는 상대 수비에 차단돼 아쉬움을 삼켰다. 베트남은 이어진 공격권에서 클린스만호의 뒷공간을 노렸지만, 김진수의 수비가 우위였다. 이어진 코너킥 공격에서도 소득이 없었다.
후반 12분에는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조규성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그는 크로스를 택했는데, 이어진 손흥민의 헤더는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13분 김진수의 크로스가 이재성의 헤더로 연결됐으나, 이마저도 골키퍼 정면이었다. 하지만 김민재의 공격적인 수비로 시작돼, 안정적인 공격 작업으로 연결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후반 14분, 다시 한번 수원월드컵경기장이 들썩였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박스 바로 앞에서 황희찬과의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직후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로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지난 3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A매치 득점을 신고했다. 손흥민의 A매치 48호 골.
직후 손흥민은 베트남 수비 실책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공을 탈취했다. 수비수 부이 호앙 비엣 안의 발이 높았는데, 주심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냈다. 후반 15분 이어진 프리킥 기회를 손흥민이 직접 찼으나, 골키퍼 정면이었다.
한편 클린스만호는 다시 한번 교체 카드를 꺼냈다. 후반 20분 이재성과 조규성을 빼고, 정우영과 황의조(노리치 시티)를 투입했다. 대표팀이 자랑하는 2선 자원인 손흥민, 황희찬, 정우영, 이강인이 배치되는 공격적인 전술이었다.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후반 24분 김진수, 황의조에서 시작된 공격이 손흥민을 거쳐 이강인까지 연결됐다. 이강인은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A매치 3호 골. 기세를 올린 클린스만호는 직후 이강인의 아웃프런트 패스를 받은 황의조의 오른발 슈팅까지 나왔다. 공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베트남은 원정 팬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한번 반격을 노렸다. 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정우영의 반칙을 끌어내며 박스 앞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쿠앗 반 깡의 왼발 프리킥은 골대 오른쪽을 맞고 나와 한국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괴물 김민재는 후반 30분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대신 투입된 건 김주성(FC서울)이었다. 그는 2022년 7월 이후 두 번째 A매치 경기를 소화하게 됐다.
한편 손흥민은 후반 32분 코너킥을 유도한 뒤 다리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직후 역습 상황에선 태클에 저지당했는데, 이때 베트남 선수를 향한 관중들의 야유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베트남은 후반 37분 김주성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직전 프리킥에서 골대를 맞춘 반 깡의 슈팅은 크게 벗어났다.
다시 공격에 나선 클린스만호는 후반 39분 오른쪽 지역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이강인의 간접 프리킥은 김주성의 헤더로 연결됐지만, 유효슈팅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후반 40분엔 관중들이 휴대전화 라이트를 비추며 꺼내 승리를 자축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직후 이강인의 스루패스, 황의조의 슈팅이 수비 맞고 굴절돼 골대로 향했다. 당 반 람 골키퍼가 무너진 자세에서 공을 쳐 냈으나, 쇄도한 정우영이 왼발로 밀어 넣으며 6-0을 만들었다. 정우영의 A매치 3호 골.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선보인 세리머니가 A대표팀에서도 재연됐다.
베트남은 후반 44분 마지막 반격을 나섰다. 역습 상황에서 공이 응우엔 반 토안까지는 연결됐으나, 박스 안 반 깡이 견제 끝에 넘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클린스만호는 황희찬이 다시 한번 중거리 슈팅으로 베트남의 수비를 서늘케했다.
후반 추가시간은 3분. 이변은 없었다. 클린스만호는 17일 저녁 6골을 몰아치며 화려한 승리를 가져갔다.
수원=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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