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어쩌다…애물단지로 바뀐 오피스텔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 진단]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소규모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라파르신림’ 오피스텔이다. 이곳에는 도시형생활주택 16가구와 오피스텔 15실이 들어선다. 지난 5월 모집 공고를 낸 후 6월 당첨자 발표를 한 이곳 오피스텔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약 1.4 대 1. 총 15실 모집에 21건이 접수됐다. 통상적으로 오피스텔은 청약 요건이 자유로워 이른바 ‘가수요’가 있다.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요즘 오피스텔 청약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년 전만 해도 오피스텔은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아파트 대체재로 꼽히며 인기를 끌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본격적으로 대출 규제를 적용받고 금리 인상과 함께 역전세난 등 영향으로 임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오피스텔 투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거래량마저 급감하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흔하다는 것은 오피스텔이 수익형 부동산으로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경매 시장 역시 오피스텔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비슷하다. 낙찰가율은 떨어지고 유찰이 반복되는 등 2년 전과 비교해 투자 상품으로 오피스텔의 매력이 한껏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오피스텔 시장이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 반 토막
2013년 이후 최저…지난해 절반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587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1만2300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5011건 이후 9월 누계 기준 최저치다.
오피스텔은 중대형 상품을 중심으로 2021년 황금기를 맞이했다. 2020년 8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주택 매매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이라 불리는 전용 85㎡ 안팎 주거용 오피스텔이 집중적으로 공급됐다.
아파트 가격 급등,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의 풍선 효과 등 영향으로 오피스텔 거래량은 크게 늘었다. 청약 시장에서도 일부 상품 경쟁률이 수천 대 1까지 치솟으며 과열 양상을 띠기도 했다. 2021년 11월 청약자를 모집했던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오피스텔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은 89실 모집에 12만4426개 청약통장이 몰렸다. 경쟁률은 무려 1398 대 1. 2021년 공급한 또 다른 오피스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학익동 ‘시티오씨엘4단지(75.1 대 1)’,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힐스테이트삼송역스칸센2BL(38.7 대 1)’ 등도 경쟁률이 치열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피스텔에도 분양 중도금과 잔금 대출에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일부 투자자는 개인 소득이나 대출 등에 따라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오피스텔이 역전세난이나 전세사기에 쉽게 노출돼 임차 수요가 감소한 점 역시 오피스텔 투자자가 줄어든 배경이다.
아파트 규제가 대폭 완화된 점 역시 결과적으로 오피스텔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올 초 아파트 관련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틈새 상품’인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줄고 이런 분위기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9.43으로 신표본조사(2020년 6월, 100 기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 연속 하락 추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의 경우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00.58로 간신히 100을 유지했지만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지방의 경우 사정이 더 심각하다. 올해 8월 지방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4.82로 지난해 1월 이후 20개월 연속 하락했다. 2020년 6월 지방 오피스텔 가격이 100이었다면 올해 8월에는 94.82로 5% 이상 떨어졌다는 의미다.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니 당연히 공급량은 급감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오피스텔 분양은 2807실에 그쳤다. 올해 말까지 아직 3개월이 남았지만 연간 기준 5000실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텔 분양은 2019년 1만2775실에서 2020년 2만7893실, 2021년 3만6469실로 급증했다. 지난해도 2만409실로 연간 기준 2만실을 넘겼지만 올해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와 올해 공급한 물량 중 상당수는 여전히 미분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매물 쌓이고 낙찰률은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경매 시장에서도 오피스텔은 찬밥 신세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오피스텔 낙찰률은 11.3%를 기록했다. 전체 142건 중 단 16건만 낙찰됐다. 8월(12.9%) 대비 1.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낙찰률이 낮다는 건 그만큼 오피스텔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88%에 그쳤다.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경매 시장에서 오피스텔 매물은 갈수록 쌓이고 있다. 경매 시장에 나온 서울 지역 오피스텔은 지난 7월 78건, 8월 116건, 9월 142건 등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2년 전인 2021년 9월에는 경매 진행 물건이 14건에 불과했고 지난해 9월에도 44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된다. 인천, 경기 등 다른 지역 오피스텔도 비슷한 분위기다. 여러 번 유찰된 매물이 쌓여도 응찰자를 찾기 어렵다. 인천 오피스텔 낙찰률은 지난 9월 5.8%, 낙찰가율은 74.9%를 나타냈다. 경기 지역의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각각 34.7%, 76.1%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가격 하락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 자칫 주택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올해 전국 1~8월 주택 착공 물량은 11만3892가구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26만1193가구)보다 56.4%나 줄었다. 그동안 수도권 내 부족한 아파트 공급량을 중대형 오피스텔이 일부 대체해왔다. 하지만 오피스텔 시장이 침체되면 주택 공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피스텔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분간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당초 업계는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오피스텔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이 컸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거주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입신고를 한 경우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된다. 반면 대출을 받을 때는 철저하게 ‘비주택’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끊임없이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오피스텔 규제 완화에 선을 그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청약, 대출, 세금 규제 등이 아파트 위주로 완화되면서 이전과 비교해 오피스텔 투자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정부가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 만큼 당분간 거래량은 줄고 매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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