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 카드빚 갚다 월급 순삭? 망하지 않는 방법

정누리 2023. 10. 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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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생긴 일] 2030 리볼빙 이용자의 증가... 감당 못할 빚을 이고 지고 살지 않으려면

이 글은 <오마이뉴스> '빚 때문에 생긴 일' 공모 기사입니다. <편집자말>

[정누리 기자]

 돈
ⓒ Unsplash
   
리볼빙.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라고도 한다. 이 시스템은 마치 러시안룰렛 게임 같다. 이번 달에 내야 할 카드 대금이 모자란다. 일부 금액을 다음달로 넘긴다. 다음에도 돈이 부족하면 다다음달로, 다다다음달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듯 가슴을 조여온다. 불시에 벌지 못 하는 상황이 오면 그제야 총성이 터진다. 많은 청년들이 매월 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리볼빙 제도 이용자가 대폭 늘어났다. 과도한 소비, 미비한 신용교육도 물론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대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이 무조건 '사치'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출발선의 문제다. 우리들은 대개 모래주머니를 하나씩 더 달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이 '학자금 대출'이다. 과거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했던 학생들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제도다. 그러나 '대졸' 타이틀만 바라보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청년들도 꽤나 많다. 정부는 등록금을 낮추기보다, 부채를 안기고 노동력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청년들의 취업시장은 날이 갈수록 녹록지 않다. 이에 생활고, 5060 부모님과의 세대교체 부진까지 겹치면 청년들은 당장 코앞의 문제를 미루고 미룰 수밖에 없다. 카드라도 써서 말이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나는 가장의 무게를 크게 느꼈다. 우리집은 아버지가 홀로 버시는 외벌이 가정이었다. 상대적으로 소득은 넉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아버지의 수입이 불안정해지면서 한순간 가계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물가도 대폭 올랐다. 막연히 평생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가 처음으로 의문을 가진 순간이었다. '내가 평생 돈을 벌 수 있을까?' 비단 이것은 청년 모두의 고민이다. 주변을 돌아보았다. 내 또래의 지인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빚도 능력' '지갑전사'... 요즘 청년들은 
 
 내장카드
ⓒ Unsplash
 
한 청년은 주식을 시도했다. 벌 수 있을 때 크게 불려서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무려 1억을 대출받았다. '빚도 능력'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할까. 그는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이다. 투기꾼도 도박꾼도 아닌 건실한 사회인이다. 그러나 걸리는 점은 재테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채로 큰 빚을 지녔다는 점이다.

의외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언제든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이와 같은 무리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주변의 직장 선배들은 이러한 청년들을 한 두번 본 것이 아니었다. 소액대출로 시작해 다른 금융권까지 건드리고, 그 후 퇴직금을 가불하는 루트를 타는 직원들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불리기'에 실패했을 때, 든든한 뒷배였던 '직장'이 되려 나의 발을 묶는 장애물이 된다. 그런 순간을 초년생들은 아직 겪어보지 않았다. 어른들은 그들에게 말한다. 어쩌면 부채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그 '무력감'이라고.

한 지인은 소위 말하는 '지갑전사'가 됐다. 이는 어릴 적 부모님의 반대로 갖지 못 했던 것을 커서 자신의 돈으로 마음껏 사는 이들을 말한다. 주로 게임, 대중가요, 애니메이션 등이 그 예다. 문제는 이 소비금액의 규모가 월급의 80~90%에 달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최소 몇백, 몇천까지도 우습다. 게임 속에서 더 좋은 장비를 입기 위해 도박성 아이템을 산다거나, 팬미팅 티켓이 들어있는 아이돌 앨범을 몇 백 장씩 구입하는 마케팅 방식이 무분별한 소비를 불러일으킨다.

이면에는 '전자 결제 시스템'이 너무 간단하다는 문제도 있다. 20년 전만 해도 온라인 결제는 상대적으로 복잡했다. 지갑 안에서 실물 카드를 꺼내고,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ARS 인증을 거친 뒤, 안심결제 비밀번호까지 쳐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스마트폰에 카드 한 장만 등록하면 결제가 5초도 걸리지 않는다. 손가락이나 얼굴만 갖다대면 끝이다. 예전처럼 가위로 카드를 잘라봤자 스마트폰 속에는 남아있다. '혹시 모르니까'라는 맘에 카드 정보를 지우지 않는다. 우리는 자조적으로 스스로를 '지갑전사'라 칭하지만, '창과 방패의 무게에 휘청이고 있지 않은가?'를 진정 고민해야 한다.

다이어트와 경제의 공통점
 
 서핑
ⓒ Unsplash
 
미루고 미룬 빚은 어느 순간 쓰나미가 되어 나를 덮친다. 경제란 파도와 같다. 웬만한 어른도 버티기 힘든 물가의 흐름을 실전에 한번 나가본 적 없는 청년이 어찌 순탄히 적응하겠는가. 그러나 단순히 부유해서는 안 된다. 떠다니는 나무판자라도 잡은 뒤 파도의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택한다. 경제 전문가가 아닌 일개 청년에 불과함을 밝힌다. 첫째, 단돈 5만 원이라도 현금을 쌓는다. 카드와 현금은 아예 노선이 다르다. 카드는 경부선이라면 현금은 호남선이다. 최소한 무언가를 불리기 위해선 목돈이 필요하다. 지니고 있는 순간 쓰게 된다면 한화가 아닌 외화로 바꿔놓는 것도 방법이다. 쓰려면 다시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환율에 따라 작게라도 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티끌을 태산으로 바꾸기 위해선 저축이 필요하다. 돈을 모으는 재미는 카드를 쓰는 재미보다 필시 오래 간다.

둘째, 채무조정제도를 공부한다. 회생이나 파산, 워크아웃 등이 있다. 최근 무분별한 코인 투자나 부동산 투기 실패 후 채무를 탕감해버리는 사례들 탓에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출발선부터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도 분명 상당하다. 막연히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 여기는 것도 명백한 왜곡이다.

법원에서도 의도적인 탕감이나 과도한 사치 등은 심사를 통해 기각한다. 혹 탕감이 어렵다면 상환 기간만을 늘리는 워크아웃 제도도 있다. 카드사에서 리볼빙을 홍보할 때 드는 '유동성 해결' 역할은 이 제도가 보다 부합할지도 모른다. 대출을 카드로 갚기 전에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상담을 받아보자. 1600-5500 또는 방문예약 후 지부상담이 있다. 제도를 모르는 것과 알고 안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끝으로 '또 벌면 되지'라는 생각을 경계한다. 2030세대는 중년에 비해 취업이나 투자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채무에 대한 경각심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보듯, 경제는 언제 좋아지고 나빠질지 알 수 없다. 부업이나 재테크를 공부하는 것은 좋다. 여유자금을 본인의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도 적극 찬성이다.

그러나 저축을 티끌로 치부하거나, 작은 월급이라도 꾸준히 노동하는 이들을 '개미'로 취급하는 베짱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동안 인터넷에 '빚도 능력이다', '카드 대금은 다음달의 나와 다다음달의 내가 힘을 합쳐 갚을 것이다'는 말이 개그로 소비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떠돈다. '돈을 써야 행복한 것도 버릇이다.'

경제란 생각하면 할수록 참 복잡하다. 하지만 단순히 생각하면 이보다 단순한 것이 없다. 다이어트가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이 결국 기본인 것처럼, 경제도 '덜 쓰고 더 모으는 것'이 전제다. 너무 과하게 미래를 걱정하지도, 미래가 없다고 흥청망청 쓰지도 않고 그 안에서 적정선을 찾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난 앞서 말한 방법 세 가지를 쓰고 있다. 열 번, 백 번 넘어져보지 않고 어찌 바다를 헤엄칠 수 있으랴. 과감히 몸을 던져보자. 어느 순간 무시무시했던 파도가 날 목적지까지 단숨에 데려다주는 길잡이로 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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