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값청춘, 발버둥쳐도 기본이 될까 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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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 기자]
요즘은 20대 중후반 청년이 되면 900점대의 토익 점수, 대외활동, 인턴,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게 된다. 신기하게도 주위의 모두가 그렇게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청춘이라고 불리질 않는다. 이 기본값들을 갖춰야만 '취업준비생'으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자격이 있다고 해도 특별히 칭찬도 받을 수 없는, 그냥 기본 중의 기본값들이다. 나도 대한민국의 젊은이로서 기본값을 갖추기 위해 하나씩 목표를 달성해왔다. 그리고 요즘은 컴퓨터활용능력시험(아래 컴활)에 몰두하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컴퓨터활용능력시험 설명 대한상공회의소 컴퓨터활용능력시험 설명 |
ⓒ 대한상공회의소 |
그리고 정말 크게 절망했다. 하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던 컴활이 이렇게 어렵다니. 컴퓨터활용능력자격증은 상시 시험으로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수시로 볼 수 있다. 필기는 세 과목, 실기는 두 과목으로 필기와 실기를 모두 합격하면 자격증이 나온다. 필기는 2만 원, 실기는 2만 2천 원의 응시료만 내면 시험을 볼 수 있다.
나는 솔직히 '컴활'이라는 이름을 우습게 알았다. 왜냐하면 주위의 취준생 모두가 컴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도 컴퓨터를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손쉽게 취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벌써 한 달 넘게 컴활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컴퓨터활용능력시험은 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2022년 기준 실기 합격률이 16%라고 하니, 누구나 통과하는 시험은 아닌 것이다. 필기시험의 경우 문제은행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으로 우려 5번 만에 통과를 할 수 있었다.
▲ 5번 만에 합격! |
ⓒ 박유정 |
오랜 실패는 격려도 들리지 않게 한다
실기는 필기와는 또 완전히 달랐다. 실기 과목은 엑셀과 엑세스가 있는데 나는 엑셀이 이렇게 어려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수많은 함수, 실제로 잘 쓰이지 않는 온갖 기능들을 45분 안에 잘 버무려서 문제를 해결해내야 했고, 엑세스는 아예 다뤄본 적도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차라리 엑세스가 훨씬 간단했다. 그 정도로 엑셀이 어려웠다.
나는 지금 실기 3수째이다. 아직까지는 봐도 봐도 막막한 단계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녔고, 인터넷 강의를 들었고, 기출문제를 수없이 풀어보며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머리가 나쁜 건지 몇 번 본 내용도 처음 보는 것처럼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아주 느린 내 손도 실패에 한몫했다.
컴퓨터활용능력시험은 합격시에는 점수를 알려주지 않고 불합격시에만 점수를 알려준다. 나는 항상 합격 점수 70점에 못 미치는 점수이다. 이런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이런 식이면 도저히 될 것 같은 생각이 안 든다.
내가 기본도 안 된다니, 지금까지 쉬엄쉬엄했던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내 삶 어디에 빈틈이 있었을까? 이럴 때일수록 다른 생각하지 말고 더 노력해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자꾸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어디서 성실함이 부족했던 건지.
인터넷을 찾아보면 필기고 실기고 단번에 합격했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인터넷 강의를 들어보면 엑셀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수험자들을 독려해준다. 하지만 모든 게 예민해진 지금, 격려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 이런 상황을 주위 어른들께 말씀드렸더니, 의지가 없으니까 안 되는 거지, 그거 아무나 다 따는 자격증인데 왜 안 되냐는 핀잔만 들었다. 나도 알아서 더 답답했다.
결국은 해내보이리라
중학생 때 수학선생님께서 이런 농담을 하셨다.
"죽어라고 공부해라 . 6년만 더 공부하면 이제 4년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때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웃겼지만 지금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눈물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일을 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기본값을 채우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니.
더 좋은 곳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을 준비하는 준비생 입장인 지금의 나에게 눈물나는 난이도의 컴활이다. 내가 과연 올해 안에 자격증을 딸 수 있을까. 기본값을 채운 청춘이 될 수 있을까. 매일매일이 고민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낼 것이다. 이번 달이 됐든, 올해가 됐든 반드시 해내서 청춘의 기본값 반열에 들 것이다. 혹시라도 컴활 시험을 준비하던 중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건가' 싶은 생각에 검색을 해 기사를 접한 사람이 있다면 나도 있으니 괜찮다고 전하고 싶다. 반드시 할 수 있으니 힘을 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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