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군 사령관 잇따라 이스라엘 비판…이·팔 전쟁 개입하나

박형수 2023. 10. 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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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17일(현지시간)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군의 고위 사령관도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국영TV 방송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이스라엘은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1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회의에서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는 것을 세계가 목격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고지도자의 발언에 이어 이란의 군 고위 사령관도 이스라엘를 비판하면서 개입 가능성을 시사 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알리 파다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이스라엘이 가자 공격을 지속할 경우,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다비 부사령관은 "가자에서 범죄가 계속된다면 다른 나라의 무슬림 국민들도 시오니스트(이스라엘)에 맞서는 분쟁에 가담할 수 있고, 이스라엘에 또다른 충격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을 '암성 종양(cancerous tumor)'에 비유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 세력들의 공격은 암성 종양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통상 이란은 자국이 지원하는 지역 무장단체 네트워크를 저항세력, 저항단체, 저항전선, 저항 축 등으로 통칭한다. 이 네트워크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이스라엘의 주적으로 꼽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라크와 시리아의 다양한 민병대, 예멘의 후티 민병대 등이 포함된다.

이란에서 확전 가능성을 시사한 건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전날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며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저항 전선에 의해 이스라엘에 선제적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이란이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경우,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무력 분쟁이 시작된 이후 헤즈볼라가 자리잡은 이스라엘 북부 접경 레바논에선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간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와 연대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이자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북부에서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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