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의원은 변호인 아냐…'집단 뇌피셜'이란 말 동의 못해"

2023. 10. 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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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및 수원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검찰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를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영배, “실력 없어서 구속 못해” vs 송경호, “적절치 않아”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17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법사위 국감장에서 ‘집단 뇌피셜’, ‘투덜이 스머프’, ‘중앙지검이 봐주기 전문가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심히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사에서 충분한 혐의가 인정돼 재판을 진행하는 책임자에게 ‘집단 뇌피셜’이라고 하는 말은 전혀 동의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님이 피고인 개인 변호사가 아니다”라며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감을 하면 안 된다”라고 직격했다.

송 지검장의 작심 발언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언급하자 튀어나왔다. 송 지검장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은 3차례에 걸쳐 진위를 밝혔는데, (무마가 없다는) 같은 결론”이라고 했다. 송 지검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부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3월 사이에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지시로 검찰이 수사 무마 의혹을 조사했다고 부연했다. 나머지 한 차례는 송 지검장 이후 꾸려진 2기 대장도 수사팀이 확인했다.

이에 김 의원은 “검찰은 증거로 답해야 하는데, 안타깝게 집단 뇌피셜처럼 되뇐다”며 “실력이 없어서 구속을 못 하고 재판부가 문제 있는 것처럼 투덜거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송 지검장은 신상 발언을 요청한 뒤, 준비한 종이 자료를 보며 김 의원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의원은 다시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면 동의할 수 없지만 수사를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게 올바른 태도”라며 “국감장에 나와서 자기주장만 하면서 기관을 대변하는 건 헌법 기관에 대한 잘못된 태도고, 안하무인 태도라고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송 지검장도 지지 않고 곧장 “법원을 판단을 존중하지만 납득을 못 하겠다. 공소유지 책임 다하겠다고 했는데, ‘집단 뇌피셜’이라고 하면 어떻게 답을 하는가. 이게 국민을 대신하는 질문이냐”라고 맞받았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방부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과 송 지검장 사이에 감정이 격해지자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고 사실만 갖고 이야기를 하자. 자극적인 말이 끼어드니 이렇게 된다”라고 말했다.


與, “대선개입 의혹, 규명 못하면 문 닫아야” 수사 촉구


이밖에 국민의힘은 검찰의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의 윗선·배후에 대한 질의에 집중하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직전 조작 녹취록 바탕으로 한) 보도에 대해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보좌관이 경천동지할 범죄를 저지르는데 의원에게 보고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중앙지검이 규명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 지검장은 이에 대해 “의혹 전반을 빈틈없이 수사하겠다”며 “형사책임의 인적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해 대선 때 가짜뉴스 공작 정치가 벌어졌기 때문에 비판 거센데, 이 자리에서 가짜뉴스 토대로 야당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는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김도읍 위원장은 김오수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사건 무마 의혹이 없었다는 걸 알고도 방조한 것에 대해 “검찰이 오보 대응을 안 하는 바람에 정치검사들이 대선에 적극 개입했다. 법무부와 대검이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송 지검장은 “수사 규모가 있어서 시간이 더 걸린다”라면서도 대장동 개발 의혹 초반에 불거진 ‘그분’의 의미가 달라진 배경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 분’은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김만배씨가 천화동인1호는 ‘그 분의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알려지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는 2021년 10월 1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 분이 누구인지, 유동규인지는 당사자만 알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흘 뒤 “‘그 분’은 이재명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송 지검장은 “인터뷰 내용을 바꾼 경위, 누구의 손을 탔는지 확인 했다”라며 “등장인물, 심지어 대장동 일당인 남욱, 김만배, 조우형 등에 대해 진술 번복 경위, 모든 조서나 관련 자료, 사건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하는 등으로 정밀하게 분석을 마쳤다”고 말했다.

송 지검장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가 이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다. 송 지검장은 “증인들과 물적증거로 현출되는 사실관계가 새로운 건지 기존 수사와 배치되는 건지 확인하고 있다. 시세조정 관여자 및 증권사 직원들 10여명 이상을 불러서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공범 1명은 구속기소까지 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부지검장 “대검에서 김광호 구속 제동 안 걸어”


한편,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안전관리 사전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구속을 대검찰청에서 막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 지검장은 “대검에서 (김 청장) 구속에 제동을 건 사실이 전혀 없느냐”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서부지검의 구속 의견을 대검에서 반대했다는 5월 언론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다만 서부지검 내에 구속 필요 의견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가 한두 명이 아니어서 다양한 의견은 항상 있다. 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만큼 부족한 게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빨리 속도를 내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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