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까지 대조한다" 밭에서 4억원어치 보물 캐는 사람들
16일 강원도 홍천군 화상마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인삼밭에는 오전 6시부터 농민 50여 명이 모여들었다. 안개가 낀 싸늘한 날씨 속에서 “거기”라고 작업 지시를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른 키만 한 바퀴가 달린 농기계(수확기)가 탈탈거리며 밭을 갈면 손바닥만 한 인삼이 뿌리째 몸체를 드러냈다.
이른 시간에 수확을 시작하는 건 인삼이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반음지 식물이어서다. 40년 동안 인삼을 재배해 온 장광택(71)씨는 “인삼은 한 뿌리에 2만~3만원으로 고가인 데다 사고가 날 수 있어 작업 중에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6년근 인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먼저 2년간 토양 관리를 해야 해 모두 8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인삼 수확철은 마치 잔치 분위기였다.
이날 작업은 8000㎡(2400평) 밭에서 이뤄졌고, 8190㎏의 인삼을 캤다. 금액으로는 4억원어치다. 수확기가 3차까지 작업을 하면서 손가락처럼 가는 인삼까지 수확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8년 경력의 장동훈(39)씨는 “수확이 끝난 후에도 혹시 남아 있는 인삼 잔뿌리를 건지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지구온난화로 최대 경작지 강원도
지구 온난화로 인삼 주요 경작지는 충청도에서 최근 강원도로 바뀌었다. 강원도는 지난해 KGC인삼공사가 계약 재배 후 수확한 최대 면적의 행정구역이다. 2000년대부터는 인천 백령도와 경기도 파주의 민간인 출입통제구역도 경작지로 개발됐다.
인삼 수확은 엄격한 품질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KGC인삼공사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이 모든 과정을 검수한다. 이날도 본사에서 나온 김나연 대리는 위성사진까지 대조하면서 작업을 살폈다. 김 대리는 “허가받지 않은 밭에서 수확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일주일가량 인삼 수확이 이어지기 때문에 근처에서 숙식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확한 인삼은 일반용과 가공 원료용 두 가지로 분류됐다. 이후엔 바코드가 부착된 상자에 실려 강원도 원주에 있는 KGC인삼공사 공장으로 직송된다. 조찬기 KGC 원주공장장은 물에 씻은 인삼을 손으로 들어 보이며 “사람과 비슷하게 살이 찌거나 마른 인삼보다는 다리와 몸통, 머리가 균형 있게 잡힌 상품이 고품질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인삼은 이후 찌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붉은색 홍삼으로 변한다. 조 공장장은 “고려 시대부터 수백년 쌓아온 인삼 가공 기술이 이곳에 축적돼 있다”고 소개했다. 24시간 동안 찌고 말리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작업 전 약한 증기를 뿌리는 미세한 공정이 홍삼의 맛과 품질을 높인다고 한다. 포장 공정에 들어가 보니 로봇팔이 홍삼 팩을 옮기는 등 배송 트럭에 실리기 전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반도체 공장 수준으로 위생 관리
최근엔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돼 데이터를 축적해 이물질을 스스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췄다. 홍삼 농축액이 팩으로 들어가는 실내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반도체 공장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KGC인삼공사의 홍삼 제품 관련 매출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조3281억원에서 2021년 1조2877억원으로 3% 감소했다가 지난해 1조3000억원대를 회복했다.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11→16%로 늘어났다. 문호은 KGC인삼공사 제조본부장(전무)은 “고품질 인삼 생산과 관리, 차별화한 기술력을 갖추고 해외 판로를 확대해 인삼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홍천·원주=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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