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임시완 “8개월간 배우보다 선수로 살아”

임세정 2023. 10. 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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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복은 달리고 또 달렸다.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 실화를 다룬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서윤복 선수를 연기한 배우 임시완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뛰어야 된다는 물리적인 부담보다 실존 인물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연기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며 "역사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 분들의 열정이나 간절함을 깎아내리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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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압박 있었다”
오묘한 눈빛으로 ‘맑눈광’ 별명…“감사한 일”
영화 '1947 보스톤' 스틸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윤복은 달리고 또 달렸다. 가난한 6남매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서윤복은 냉면 배달부터 막노동까지 온갖 잡일을 하며 아픈 어머니를 돌봤다. 고된 삶을 버티느라 16살 때 체중이 39㎏밖에 안 될 정도 왜소했지만 달리는 힘은 엄청났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눈에 띈 서윤복은 가슴에 태극기를 단 민족의 첫 번째 도전에 나선다.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 실화를 다룬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서윤복 선수를 연기한 배우 임시완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뛰어야 된다는 물리적인 부담보다 실존 인물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연기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며 “역사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 분들의 열정이나 간절함을 깎아내리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고 돌이켰다.

배우 임시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시완은 군 복무 시절 휴가를 나왔다가 출연을 제안받았다. 그는 “대본이 가진 에너지가 컸다. 처음 읽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는데, 이런 마음이 드는 작품은 소중하다”면서 “하지만 단순히 그런 마음만 가지고 결정하는 게 맞는지, 역사적 인물을 훼손하지 않을 각오가 돼 있는지 한 번 더 고민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촬영을 준비하고 영화를 찍는 기간 내내 임시완은 운동선수처럼 살았다. 하루 세 끼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었다. 임시완은 “촬영을 시작하기까지 3개월, 촬영 시작 이후 5개월 동안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을 하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연기자보다는 선수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훈련을 받고 촬영 중에도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컷과 컷 사이에 운동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먹는 밥이 유독 맛있다는 걸 잘 알기에 촬영장에 맛있는 밥차가 왔을 때 정말 괴로웠다. 하필 ‘밥차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밥차들이 현장에 왔었다”며 웃었다.

배우 임시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제규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로서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그는 “감독님의 훌륭한 인품은 인생에서 꼭 배워야하는 부분이었다”며 “촬영은 감독이나 작가가 놀이터같은 공간을 만들어내면 그 속에서 배우들이 열심히 재밌게 놀고 그 모습을 찍어내는 과정인데 감독님은 굉장히 큰 놀이터를 만들어주셨다. 좁고 답답하거나 어딘가로 유도된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는 실제로 달리기를 좋아하게 됐다. 임시완은 “이 작품을 하기 전엔 운동에 관심이 없었다. 조용히 생각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었다”며 “촬영이 끝나니 10㎞를 뛸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가수 션 형님 등과 달리며 건강한 취미와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을 알게 됐고, 마음 건강에도 도움이 됐다. 손기정 마라톤대회에 나가 10㎞를 41분에 뛰었다”고 했다.

영화 '1947 보스톤' 스틸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시완은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해맑은 눈 속에 천진함, 광기, 독기 등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장에 ‘눈이 돌아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주로 리허설 때 담긴 계획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의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얻어진 결과라면 감사한 일인 것 같다”며 “연기는 결국 살아가는 방식을 연구하는 거다. 연기는 평소에 쌓아온 과정을 표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평소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많이 느끼려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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