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답게” 기조 바꾼 中 일대일로 포럼, 연쇄 양자회담 시작

신경진 2023. 10. 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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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4월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21세기 육·해상 신 실크로드) 정상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카심-조마르트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비롯해 칠레·세르비아·헝가리 등 6개국 정상과의 연쇄 정상회담으로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의 이틀간 일정에 돌입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환영 만찬을 주최하고 내일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공식 개막식을 개최한다.

지난 2017년 제1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중국의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9월 카자흐스탄과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각각 제안한 이후 10주년을 맞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올해 가장 중요한 홈그라운드 외교라고 강조하면서 시 주석이 의장성명과 성과문건 리스트를 통해 향후 협력 방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고품질 일대일로를 함께 건설하며, 손잡고 공동발전과 번영을 실현하자”를 주제로 한 이번 제3회 포럼은 참여국을 채무 함정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의식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대신 “작고 아름답게(小而美)”로 기조를 바꿨다. 왕후이야오(王輝耀) 세계화 싱크탱크 이사장은 “일대일로는 ‘큰(大)’ 개념 외에도 디지털 경제, 서비스업, 민생 등 ‘작은(小)’ 개념도 있다”며 “녹색 일대일로, 디지털 일대일로 등 향후 첨단과학기술, 탈탄소, 관광, 유학 등의 영역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안 총(莊嘉穎)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제 부진으로 중국의 투자 여력이 약해지면서 전통적인 인프라 건설보다 통신 인프라 등으로 전환해 투자 리스크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이 최근 발표한 일대일로 백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일대일로 관련 상호 누적 투자액은 3800억 달러(514조원) 달러, 중국 투자액은 2400억 달러(321조원)에 이른다.

평화도 이번 포럼의 키워드다. 류춘성(劉春生) 중앙재경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팔 충돌 등으로 일대일로 협력이 지역내 평화에 기여하는 상징적 의미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제1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박병석 의원(왼쪽 세번)이 양제츠(오른쪽 두번째) 당시 국무위원과 회견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동력이 약화된 일대일로 정책의 상황을 반영하는 듯 이번 포럼의 참가국 규모는 예년에 비해 줄었다. 중국 외교부는 포럼 당일까지 참가 정상 숫자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유럽연합 중에서는 헝가리 총리만 참석이 확인됐다. 1·2회 모두 참석했던 체코·그리스·스위스·이탈리아 등이 불참했다. 1회 포럼엔 29개국, 2회엔 38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외교가에선 이번 3회 포럼에 최종적으로 몇 개국 정상이 참석할 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포럼 형식과 성과 문건도 변모했다. 중국은 기존 참가국의 불만을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과거 첫날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개막식을 열고, 이튿날 도심에서 60㎞가량 떨어진 옌치후(雁栖湖)에서 정상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개최했던 방식을 취소하고 둘째 날 인민대회당에서 개막식만 여는 것으로 대폭 간소화했다. 공동성명도 사라졌다. 올해는 의장성명으로 문건의 격도 낮아졌다. 차기 포럼 일정을 제시할 지도 주목된다. 지난 2회 공동성명에는 “제3회 포럼 거행을 기대한다”고 명기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올해 초점은 일대일로가 아닌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중·러 양자 회담에 쏠리고 있다. 18일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확대 및 단독 회담을 갖고 회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16일 시리아·이란·팔레스타인·이집트 정상과 각각 연쇄 전화 통화를 갖고 이·팔 충돌 사태를 논의했다. 그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통화해 아랍 국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크렘린이 발표했다. 중·러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휴전과 중동 사태 해법과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관련 등 의미있는 내용이 담길 지 주목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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