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이복현 "조사해야" VS 최희문 "이화전기 거래정지 몰랐다"

최희문 대표 "전혀 몰랐다는 세가지 정황 증거 있어"
이복현 원장 "추가 조사 필요, 소홀함 없이 진행할 것"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가 이화전기 매매 거래 정지 직전 기막힌 타이밍에 주식을 차익실현한 것에 대해 "거래 정지를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미공개정보 이용 관련) 강한 조사·수사의 단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정황임이 틀림없다"고 맞섰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희문 대표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화전기 매도 타이밍과 사모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를 둘러싼 의혹들에 해명했다. 최 대표는 이화전기 거래 직전 주식을 판 것이 정말 우연이냐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전혀 몰랐다는 정황 증거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첫째로, 거래 정지되기 3주 전에 이화전기에 전환 신청을 했는데, 전환 신청을 하는 순간 담보권은 상실된다"며 "거래 정지 사실을 예지하고 있었으면 전환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거래 정지 6일 전 이화전기 관련 유가증권을 추가 인수한 사실을 들며, 거래 정지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추가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가 정지된 당일 이화전기가 300억원어치 유가증권을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사갔다"며 "이걸 보면 회사도 거래 정지에 대해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김영준 이화전기 회장이 주가 조작 전과가 있는 사채업자 출신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발행자의 레퓨테이션 리스크는 고려할 필요도 없이 돈만 잘 벌고 담보면 잘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2470억원어치 CB·BW 투자 내역을 들여다보기 위해 투자심의서 사본을 요청했으나 최 대표가 영업기밀이라고 제출을 거부한 사실도 밝혔다. 이 의원은 "4년간 네번째 국감을 하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한 건 처음봤다"고 꼬집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BW에 투자했다. 이후 지난 5월 김영준 회장 구속으로 이화전기를 비롯한 계열 주식이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보유 중이던 지분 32.22% 전량을 매도해 약 9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이 같은 매도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최 대표가 이처럼 이화전기 매도 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이용이 없었다고 선을 그은 바년 이 금감원장은 "(내부적으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매도 타이밍을 우연으로 보는지, 미공개정보 이용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이용우 의원 질의에 "강한 조사·수사의 단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메리츠증권 CB 발행·주선 임직원들의 사익 추구 행위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금감원은 메리츠증권 임직원들이 사모 CB 발행 업무 과정에서 얻은 내부 직무 정보로 수십억원의 사적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적발했다. 이 금감원장은 이 같은 일을 개인 일탈로 보냐는 이용우 의원의 질의에 "회사 내 정상적인 직업 윤리, 통제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안된 것 같다"고 답변했다. 또 투자 프로세스에 회사가 어떻게 관련됐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할지에 대한 물음에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용우 의원은 "어떻게 투자의사 작동했는지 메리츠증권에 대한 전면 종합 검사를 통해 모든 것을 샅샅이 파악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금감원장은 "(검사를) 소홀함이 없이 잘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면밀하게 피감 기관이 제시한 자료와 함께 입장도 잘 들어서 균형 있는 자세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