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에 달린 말풍선… 英 작가 리암 길릭의 별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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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태생이면서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로 나간 바 있는 리암 길릭(59)이 광주시립미술관 개인전 후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작가는 "원색으로 도색한 알루미늄 막대가 냉각시스템, 배관시스템 등 건물이 숨 쉬게 하는 건축적 내장의 이미지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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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대신 빛… 유기적 생명체 연상
영국 태생이면서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로 나간 바 있는 리암 길릭(59)이 광주시립미술관 개인전 후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갖는 개인전 ‘변화의 주역들’을 통해서다. 갤러리바톤에서는 세 번째 개인전이다.
런던 테이트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모마)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리암 길릭을 대표하는 작품은 원색 막대를 벽면에 기하학적으로 배열한 설치 작품이다. 원색의 막대는 산업재료인 알루미늄에 도색을 한 것인데, 막대들의 간격과 색 배합이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전시 간격이 짧아 비슷한 작품을 예상하고 간 전시장에서 뜻밖의 새로운 연작을 만났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른바 ‘라이팅 부조’ 연작과 그래픽 기호 형태의 새로운 회화 작업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전시장의 설치는 그 새로움으로 인해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개막 전날인 5일 현장에서 만난 작가는 한껏 고양된 표정으로 “새로운 추상 실험작이다. AI 등장 등 우리 시대 기술의 진화를 반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에는 색을 입히지 않고 은회색 알루미늄 막대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색 대신에 선택한 것은 빛이라는 요소다. 작가는 가장 최소한의 이미지 단위인 수직, 수평, 혹은 면으로 벽면에 붙인 알루미늄 뒷면에 LCD라이트를 정교하게 결합시켜 투박한 산업 재료에 고귀하고 성스러운 느낌을 입혔다.
이것뿐이었다면 폐플라스틱 뒤에 빛의 요소를 넣어 스탠드글래스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여타 작가들의 시도와 비견해 차별화가 안됐을 것이다. 압권은 이 라이팅 부조 옆에 말 풍선 형태의 그래픽 기호를 병렬 배치한 것이다. 마치 한 쌍의 작품처럼 설치됨으로써 말풍선이 사물 옆에 붙은 외계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순간 저 빛을 내는 기학적인 알루미늄은 외계의 생명체인가 하는 착각마저 하게 한다. 말풍선이 아연 알루미늄이라는 물체를 의인화시키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작가는 “원색으로 도색한 알루미늄 막대가 냉각시스템, 배관시스템 등 건물이 숨 쉬게 하는 건축적 내장의 이미지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 내장인 알루미늄 자체를 유기적인 생명체로 연상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갤러리바톤은 그래픽 기호 작업과 관련 “라이팅 부조가 상징하는 포스트 산업화 시대에 이와 연관된 새로운 언어와 기호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길릭의 선언과도 같은 작업”이라면서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노동이 배제되는 포스트 산업화 시대에는 새로운 언어, 새로운 기호 체계가 필연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작가는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11월 11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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