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봉준호의 발자취,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27일 공개

윤현지 기자 2023. 10. 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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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의 이혁래 감독이 2023년에 엿보는 1990년대 한국 시네필들의 문화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예고했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였던 '노란문 영화 연구소'의 회원들이 30년 만에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2022년 초, 영화 모임 '노란문' 30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였다가 시작된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지금은 세계적인 감독이 된 봉준호의 30년 전 영화 공부의 출발점과 이를 함께했던 이들의 열정 가득했던 20대 시절 이야기를 담았다.

세기말 학생운동의 쇠퇴 이후 영화 모임이 차츰 생기던 때에 만들어진 '노란문'은 인터넷도 OTT도 없이 아날로그 VHS 장비만으로 영화를 공부하겠다고 모여든 20대 젊은 영화광들의 모임이다. 

봉준호라는 거장의 출발점과 90년대 한국 시네필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던 이혁래 감독은 출연진 각각의 목소리와 개성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당시 시네필의 에너지를 제대로 살려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명확한 팩트보다는 집단 '라쇼몽', 엇갈리는 기억이나 의견, 오해 등이 더 중요했다"고 전한 이혁래 감독은 영화에 30년이 지난 후 현재에서 되돌아본 제각각의 90년대 추억들을 담아 더 큰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사소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서 보는 이들의 기억 속에 봉준호 감독의 청년 시절뿐만 아니라 영화가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90년대 시네필의 모습도 각인시켜 줄 예정이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30년만에 재회하는 '노란문' 멤버들이 만나는 방식으로 '화상 회의'를 사용한다. "'화상 회의'가 30년 전 '노란문'이라는 작은 공간에 모여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던 이들이 재회하는 설정으로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이혁래 감독의 말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상징적 풍경 중 하나인 '화상 회의' 덕분에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멤버들, 심지어 미국에 거주하는 멤버의 모습까지 모두 한 화면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30년만에 만나게 된 '노란문' 멤버들의 섭외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들이 활동하던 때에는 휴대폰이 없었기에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해 온 멤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상태였기 때문. 

이에 한 명과 연락이 닿으면 그를 통해 또 한 명의 연락처를 입수하는 방식으로 섭외를 진행했고,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장면을 보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노란문'의 추억을 떠올리며 멤버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멤버 장은심이 대학 동문회 명부를 샅샅이 뒤져 주요 출연진의 연락처를 찾아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노란문'은 봉준호 감독의 첫 미공개 단편 'Looking for Paradise'의 최초이자 유일한 관객이라는 점도 화제를 모았다. 이혁래 감독에게 'Looking for Paradise'는 작품의 핵심이기도 했지만, 봉준호 감독과 다른 멤버들 사이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기에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보니 이는 걱정에 불과했다는 후문.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기도 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 각자가 자기 나름의 'Looking for Paradise'를 지니고 살고 있었다"라는 이혁래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노란문' 멤버들은 영화 속 한 장면, 한 장면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노란문'의 멤버들이 각자의 'Looking for Paradise'를 간직한 것처럼,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를 보는 시청자들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한 데 모여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그냥 그 놀이 자체로 즐거웠던 자신만의 '노란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오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넷플릭스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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