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 “성소수자 권리 보장하지만…결혼은 허용 안돼”
인도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7일 인도 대법원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도의 동성 커플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지난 4~5월 “국가가 동성혼을 막아 성 소수자들이 2등 시민이 됐다”며 동성 결혼 합법화를 요청하는 21개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인도의 성 소수자들이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고, 동성 결혼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없는 것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5명으로 구성된 인도 대법원 재판부는 여러 차례 변론을 들었다. 5월 11일 한 차례 판결을 유보한 뒤, 이날 판단을 내렸다.
이날 찬드라추드 인도 대법원장은 “인도의 법은 성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지만, 결혼의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건 입법부의 영역에 있는 일”이라며 “사법부는 이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60년대 제정된 인도 형법 377조는 동성애자의 성관계를 ‘남성·여성·동물의 자연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최대 사형까지 집행이 가능하게 했다. 이후 성 소수자에 대한 폭력 행위 등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지난 2018년 인도는 동성애를 비범죄화했다.
다만 앞서 인도 정부는 대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동성 커플이 파트너로 함께 살면서 성관계를 갖는 것은 남편, 아내, 자녀라는 인도의 가족 단위 개념과 비교할 수 없다”며 “법원은 종교적, 사회적 규범에 깊이 내재된 국가의 입법 정책을 변경하도록 요청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 여권 지도자 상당수도 동성 간 결혼이 인도의 전통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올해 초 청문회에서 “인도 문화에서 결혼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BBC는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인도의 수천만명에 달하는 성소수자들의 희망이 꺾였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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