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편파진행 한번 해볼까요"... KBS 사장 임명제청 둘러싼 공방

류승연 2023. 10.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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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과방위] 민주당, 여권 추천 이사만 참여한 표결에 맹공

[류승연, 남소연 기자]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다 한숨 쉬고 있다.
ⓒ 남소연
"그렇게 하니까 편파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에요?"
"제가 지금부터 편파진행 한번 해볼까요?"
"해보세요."
"할게요."
"협박하는 겁니까 지금?"
"협박은 누가 한 거예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편파 진행'을 둘러싸고 거칠게 설전을 벌였다. 17일 KBS·EBS를 상대로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국정감사장에서다.

문제의 발단은 이날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의원 질의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고 의원은 KBS 이사회의 여권 추천 이사 6명이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KBS 사장 후보자로 임명제청한 절차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 부위원장을 향해 그 과정을 따져물었다.

고 의원은 KBS 이사회가 정한 '제26대 한국방송공사 사장 임명 제청 절차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KBS 이사회는) 과반수를 얻은 자를 최종 후보로 정한다고 했다. (이렇게) 정해진 게 맞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제가 현장에 있지 않았다"거나 "절차 진행은 이사회가 한 것"이라고 답변을 회피했고 그 가운데 7분으로 정해진 고 의원의 질의 시간이 끝났다.

이후 마이크가 꺼졌는데도 고 의원이 질의를 이어가자 장제원 의원은 "조용히 해달라, 정리해달라"고 반복적으로 말했고 "오늘은 방통위 국감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그 후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자 "민주당 의원들께 부탁드린다. 마이크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제가 개입한 게 아니"라며 "추가로 요구하는 건 위원장 권한"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조 의원이 '편파 진행' 논란을 제기하자 "이 정도면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조 의원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민 KBS 사장 후보 선정 무효" 주장한 민주당 의원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절차의 문제점을 들어 박민 KBS 사장 후보 선정이 무효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이정문 의원은 이 부위원장을 향해 "최근 KBS 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온갖 불법과 편법, 탈법이 난무하고 있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 부위원장은) 법조인 출신이고 과거 KBS 이사였으니 누구보다 사장 임명 제청 절차와 방법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서 고 의원이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 9월 20일 KBS 이사회가 의결한 규칙과 합의에 따르면 3차 투표까지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사장을 재공모하기로 정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서기석 이사장은 돌연 결선투표 일정을 연기했다. 마땅한 사유 제시나 설득도 없었다"며 "예정된 절차가 이사장의 결정으로 중단된 사례가 있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에서 의결한 절차를 벗어난 사항은 원천 무효"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하지만 (서 이사장은 여당 추천 인사인) 이동욱 KBS 이사를 선임해 후속 사장을 선출했다"며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들의 투표권을 침해하고 이사회에서 합의된 규칙을 위반한 서 이사장이 오히려 해임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인영 의원 역시 이날 "KBS 전 사장에 대한 전격 해임과 사장의 더 전격적인 선임 과정에서 어떤 의미에서 '눌려 조르기'를 당하고 있는 것 같아 KBS의 진로를 둘러싸고 구성 주체들 간에 굉장한 어려움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이 모든 과정과 절차와 내용에서 일방성에 기초한 폭력성이 보인다"며 "언론 탄압에 굉장히 중요한 징표 중 하나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44분께 박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방송법에 따르면, KBS 사장은 이사회 제청 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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