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어설픈 정책이라더니... 태도 돌변한 '조선'

박성우 2023. 10.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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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문 정부땐 맹비판... 이번엔 '낙수효과'까지 내세우며 찬성

[박성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안을 발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은 일제히 호응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17일 자 지면 1면에 "상경진료 한해 71만명, '환자촌'이 생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1면에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안을 발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은 일제히 호응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17일 자 지면 1면에 "상경 진료 한해 71만명, '환자촌'이 생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조선일보> 10월 17일자 1면
 
기사는 "서울 아산병원을 비롯해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 종합병원 등의 인근에는 이른바 '환자촌'이 형성됐다"면서 "이 같은 상경 치료의 근본 원인은 의사 수 부족 때문이란 설명이다"라며 그 원인으로 의사 수 부족을 지적했다.

이어 기사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 대입부터 순차적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다' 말했다. 민주당도 모처럼 정부·여당 방침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며 의대 정원 확대에 호의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지면 4면에서도 "성형·피부과 쏠림 있더라도… 의사 늘려야 필수 의료까지 낙수효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의대 정원 확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기사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씩 늘려도, 2035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 3.0명)는 그해 OECD 평균(4.5명)에 한참 뒤진다"면서 "우리보다 의사가 많은 독일·영국·일본 등도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기사는 "일단 의사 수를 늘려 놓으면 필수 의료 분야와 지방에 근무하는 의사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의대 졸업생들이 피부과·성형외과 등에 몰려 이 시장이 과열되면 자연스레 필수 의료 과목에 진출하는 의사가 늘 것이라는 얘기다"라며 일종의 낙수효과로 지방 근무 의사와 필수 의료 과목 의사도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정책"

하지만 이러한 <조선일보>의 의대 정원 확대 찬성 기조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2020년 8월 26일 정권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의사·변호사 적정 인원에 대한 너무 다른 계산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의대 정원을 늘렸으나 오히려 의사들의 도시 집중 현상이 심해진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일본에서 이미 실패했거나 약발이 떨어진 정책을 곁눈질하면서 베끼다시피 한 것들로 의도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라며 "의사는 양성 기간이 10년 걸린다.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비판했다.
  
 2020년 9월 3일 <조선일보>는 김현철 홍콩과기대 경제학과·코넬대 정책학과 교수의 기고 칼럼을 실었다. 기고한 칼럼의 제목은 "의사 정원 확대는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정책"으로 김 교수는 칼럼에서 "이번 정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어설픈 정책"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조선일보>
 
2020년 9월 3일 <조선일보>는 김현철 홍콩과기대 경제학과·코넬대 정책학과 교수의 기고 칼럼을 실었다. 기고한 칼럼의 제목은 "의사 정원 확대는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정책"으로 김 교수는 칼럼에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취약 지역 의료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의사 수 늘리기를 비판했다. 해당 글이 외부 칼럼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낙수효과'를 얘기하는 지금의 <조선일보>와 상반된다.  

정권 따라 논조 바뀌나

2020년 9월 7일 이진석 <조선일보> 사회정책부장도 "복지부, 5기갑여단에게 배워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에 의사들이 지원하도록 할 방법부터 찾았어야 한다"면서 "지방의 의사 부족 문제도 지역 의사 3000명 만들기보다는 서울행 KTX를 타지 않아도 될 만큼 거점 병원의 수준을 높일 방법부터 찾았어야 한다"며 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 의료 과목 문제에도, 지방 의사 부족 문제에도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2020년 8월 14일 자 지면 1면에서는 "의사 11만 명, 그중 3만 명이 성형·피부 진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의료계는 '지금의 의료 인력 파행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정원을 늘려도 미용 의사만 대거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라며 현재와는 정반대로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 의료 과목 의사 수는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의료계의 입장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월 14일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2020년 9월 4일에도 <조선일보>는 "코로나 정국 이용해 의사 증원 밀어붙여… 정부 일방추진에 배신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의료계는 현행 구조에서는 의사 증가가 지방병원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필수 의료 수가 개선과 취약지 가산 등 지방병원 활성화 없이는 신규 의사들이 늘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대도시와 미용 의료로 빠져나간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가 곧 지방 의사 및 필수의료 과목 의사 수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 의료 과목 의사 및 지방 의사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강조하면서, 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논조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선언하자 확연하게 바꿨다. <조선일보> 보도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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