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잡힌 '수원 빌라왕'…"내 돈 내놔" 임차인들, 택시 막았다[영상]

손성배, 김하나 2023. 10. 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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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 가야 돼!”(이른바 ‘수원 빌라왕’ 정모씨)
“보증금 돌려줄 돈은 없고 택시 탈 돈은 있느냐. 내 돈 내놔”(임차인)

‘수원 빌라왕’ 정모(59)씨 일가가 경찰 압수수색 직후 법인 사무실을 빠져나오다 분노한 임차인들과 마주쳐 머리채를 잡혔다.

정씨와 아내 김모(53)씨, 아들(29)은 17일 오후 3시15분쯤 마스크와 스카프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다세대주택 3층 건물관리업 법인 사무실에서 나왔다.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끝내고 박스 2개 분량의 압수물을 들고 사무실 문턱을 나선 지 8분 만이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압수수색 대상엔 정씨의 주거지와 다른 법인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수원 빌라왕' 정모(59)씨와 정씨의 아내 김모(53)씨, 아들(29)이 17일 오후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나선 지 8분 만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다세대주택 법인 사무실에서 나와 택시에 올라 탔다가 임차인들의 항의를 받았다. 손성배 기자


임차인에게 머리채 잡힌 '수원 빌라왕' 정모(59)씨의 아내 김모(53)씨. 손성배 기자

계단으로 도망치듯 건물을 빠져나온 이들은 미리 호출한 택시에 올라탔다. 정씨 일가를 따라나선 임차인들이 “내 보증금 내놔라” “왜 연락이 이렇게 안 되는 거냐”고 소리치며 택시 뒷좌석 문을 붙잡았다.

정씨가 “왜 이러느냐, 가야 한다”고 하자 성난 임차인들은 뒤늦게 택시에 타려 한 아들의 옷과 아내 김씨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무슨 말이라도 하라” “내 돈 다 떼먹고 택시 탈 돈은 있느냐”고 호통쳤다. 이 과정에 김씨의 머리카락이 한움큼 빠지고 아들 정씨의 옷이 찢어졌다.

이날 압수수색 장소였던 다세대주택 7층에 살았던 강모(36)씨는 “나는 돈 없어서 걸어 다닌다”며 “아파트 청약 돼서 보증금 빼 달랬더니 ‘이사 못 가겠네’ 비아냥거리지 않았느냐. 내 돈 내놔라”고 울부짖었다. 강씨는 지난 8월 임차권 등기명령 설정을 하고 방을 뺀 상태인데, 당시 전세계약을 끝내고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정씨로부터 “못 돌려주는 게 아니라 안 돌려주는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수원 빌라왕' 정모(59)씨와 정씨의 아내 김모(53)씨가 17일 오후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나선 지 8분 만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다세대주택 3층 법인 사무실(정씨가 지난 9월25일 전입신고한 주소지)에서 나오고 있다. 손성배 기자


정씨는 택시를 출발하지 못하게 하자 “이거 영업(업무)방해 아니냐”며 택시 기사에게 112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택시 기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의 중재에도 임차인들은 “정씨 가족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택시에서 내리도록 했고, 아들 정씨는 임차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반복했다. 아들 정씨는 감정평가사 자격을 취득한 상태로 부모의 부동산 임대사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빌라왕' 정모(59)씨가 17일 오후 정씨의 아내 김모(53)씨, 아들(29)이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나선 지 8분 만에 전입 주소지에서 나와 택시에 탔다가 임차인들의 항의에 다시 내려 출동한 경찰에 하소연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택시에서 내린 빌라왕 정씨는 어떻게 변제할 것이냐는 임차인들의 질문엔 “죄송하다. 차차 마련하겠다”고 답했고, 왜 이렇게 연락을 받지 않았느냐는 물음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찰은 정씨 가족을 순찰차에 태워 수원남부경찰서 인계지구대로 호송했다. 출동한 경찰에 정씨는 “내가 오늘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이 사람들이 와서 못 가게 막았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7일 오전 9시부터 '수원 빌라왕' 정모(59)씨 일가의 거주지, 복수의 법인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다세대주택 3층 법인 사무실(정씨가 지난 9월25일 전입신고한 주소지)에서 압수물 2박스 분량을 들고 나왔다. 손성배 기자


임대인 정씨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임차인들은 지구대 앞으로 몰려와 정씨와의 대화를 요구했다. 권선구 세류동의 원룸 임차인 김모(19)씨는 “올해 초에 보증금 7000만원에 정씨와 전세 계약을 했는데, 이 보증금은 우리 아버지 사망 보험금이었다”며 “돈 떼일까 피가 거꾸로 솟아 죽겠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 기준 정씨 등에게 전세 사기 피해를 접수한 고소인은 148명, 피해액은 210억여원이다. 경찰은 압수물을 검토하는 대로 정씨 등 피의자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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