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세금 막아라…‘친환경’ ‘바이오’ 속도내는 석화 업계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과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글로벌 ‘탈(脫)탄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 연료와 재활용 플라스틱 등 친환경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트레이딩)은 16일 국내 최대 폐자원 기반 원료 업체인 대경오앤티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경오앤티는 도축 부산물에서 나오는 동물성 지방과 음식점 등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를 바이오 디젤, 바이오 항공유의 원료로 공급하는 업체다. 이번 투자는 컨소시엄 형태이며 SK트레이딩이 지분 40%를, KDB산업은행과 유진프라이빗에쿼티가 60%를 보유한다.
2025년 유럽서 ‘바이오’연료 의무화
SK트레이딩이 대경오앤티를 인수한 가장 큰 목적은 ‘바이오 항공유’ 의무화가 눈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배터리 밀도의 한계와 안정성 등의 문제로 자동차처럼 배터리와 연료전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못하고, 액체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EU 회원국 공항에서 급유하는 항공기들이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는 바이오 항공유, 즉 지속가능 항공연료(SAF)를 최소 2% 이상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EU는 SAF 의무 사용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늘려갈 계획이다. 업계에선 2050년 SAF 시장이 4020억 달러(약 5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동물성 지방과 폐식용유(UCO) 등 바이오 항공유의 원료 확보다. SK는 SK트레이딩이 올해 3월 중국 UCO 전문업체인 진샹 투자와 이번 대경오앤티 투자로 확보한 원료를 사용해 SK에너지 공장에서 바이오 항공유를 만들 계획이다. 서석원 SK트레이딩 사장은 “이번 투자로 한국과 중국을 아우르는 바이오 항공유 원료 확보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탄소세에 플라스틱세까지…‘친환경’ 필수
효성그룹도 조현준 회장의 지휘로 바이오 연료 신사업에 나섰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바이오 디젤에 이은 차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에 돌입했다. 또 EU가 2026년부터 탄소 함유량에 따라 역내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바이오 소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세계 최초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인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를 상용화하며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달 친환경 소재 브랜드인 ‘에코시드’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재활용 소재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등 에코시드 100만t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플라스틱세 도입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EU 집행위원회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수준을 2025년까지 50%, 2030년까지 55%로 늘리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 16일 아모레퍼시픽과 친환경 포장용기 개발과 공급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LG화학이 재활용·열분해유, 바이오 기반의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면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과 생활용품 포장재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식이다.
SK케미칼 역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화장품 용기에 자사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순환 재활용 솔루션 공급에 관한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순환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 원재료 단위로 바꾸는 기술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중요한 기술로 손꼽힌다.
안재현 SK케미칼 사장은 “이번 협약으로 바비브라운·아베다·크리니크·라메르 등 에스티로더 브랜드에도 재활용 솔루션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가능한 화장품 용기 생태계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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