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내기만 하고 못 받는다는 걱정 안 하게 해달라" [대학생 패널이 소리내다]

2023. 10.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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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개편안이 발표됐다. 하지만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국민연금 개혁은 연금을 앞으로 내야 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 중요한 이슈다. “이대로면 30년 뒤 기금이 소진된다”는 말은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심어준다. 하지만 정작 정부 정책에 청년층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으니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 설명이 대부분이다. 청년들은 이번 국민연금 개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상반기 활동했던 〈소리내다〉 대학생 1기 패널에 이어 새로 구성된 2기 패널이 국민연금제도와 개혁 방향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필요성은 공감하나 20대는 불안하다.”


패널은 국민연금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의무 가입 제도 또한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제적으로 국민연금을 운영해야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할 수 있고, 바람직한 소득 재분배도 이뤄진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모두 현 연금 제도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납부 부담이 커졌는데 정작 자신은 그만큼 돌려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는 것이다.

▶김채현=국민연금의 강제성은 이해하나 한푼 한푼 가지고 현재만 보고 사는 청년들에게 노후까지 생각하라며 상당한 돈을 내라고 하는 건 부담스럽다. 정부와 언론은 연금 고갈만을 이야기하고, 20대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공포심을 조성한다.
▶김예린=국민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20대 청년으로서 화가 난다. 왜 청년 세대가 부양 부담을 더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출생률에 따라 위험 분산이 달라지는데, 이대로 납부 금액과 수령 금액이 일치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
▶허세영=국민연금은 복지국가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젊은 세대가 노년 세대를 부양하면서도 자신들이 노년이 되었을 때 동일한 복지를 제공받을 수 있을까 의심한다는 것이다. 즉, ‘부담은 크면서도 그만큼 못 돌려받는다’는 인식이 전파되고 있다. 이러한 의심은 결국 국민연금에 대한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층의 이런 불안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정작 그들의 목소리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패널은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혼란을 먼저 정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하=국민연금 개혁에 있어 세대 간 공정성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지 않다. 언론에서는 '국민연금 고갈'을 계속 언급하지만 고갈된 이후 청년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박종혁=청년들은 국민연금이 왜 필요한지, 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돌려받지도 못할 돈을 빼앗긴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기금 고갈은 애초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개혁은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손에서 시한폭탄이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게 우리 세대일까 봐 두려운 것이다. 이 같은 신뢰의 문제는 국민연금의 기본 작동 원리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최하언=청년층이 가장 원하는 건 국민연금에 대한 혼란과 불안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청년들은 보험료율의 약 두 배 인상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 개혁에 따른 준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근로소득 중 5분의 1가량이 빠져나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저 멍하니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5차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연금보험료율을 인상(12%·15%·18%)하고 연금지급연령을 상향(68세)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패널단은 찬성하는 의견과 취지에 벗어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현실적인 선택… 하지만 보완 필요해”


개혁안에 동의하는 입장은 현실적으로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지급연령 상향이 불가피함을 받아들였다. 개혁안은 도입되어야 하나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우석=보험료율을 올리는 게 현실적이지만 근로소득에만 부과하는 방안은 청년 세대의 자산 소유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에도 보험료를 산출하는 방식 등 국민연금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소득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한지유=향후 국민연금 개혁은 연금보험료율 인상 및 연금지급연령 상향에 기반을 둬야 한다. 특히 정년인 만 60세 이후 8년간 기초보장이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년 연장과 연계한 연금지급연령 상향을 전제해야 한다.
▶박주하=보험료율을 당장 상향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부과방식 적용에 따라 30%의 보험료율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소득이 있는 기성세대가 사회에 있을 때 기금 수익률을 높여야 청년 세대의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개혁안은 본질에 어긋난 일시적 조치에 불과”


반면,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지급연령 상향은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에 벗어난 적절치 않은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민연금의 본질은 국가가 개인을 책임지는 공적 보험과 소득 재분배인데, 현재의 개혁안은 그저 기금소진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예진=이번 개혁안은 국민 재정을 통해서만 운용 안정성을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인을 책임지는 공적 보험의 취지에서 어긋난다. 보험료를 내는 개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노인 빈곤과 개인의 생애 부담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 재정 마련에 정부 지출이 일부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어진=국민연금의 핵심 기능인 소득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료율과 연금지급 연령을 조정하는 방법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 취약계층의 문제 등을 해결하는 구조적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박종혁=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의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지급연령 상향 방침은 소득재분배라는 국민연금의 본질에 어긋난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함께 높이고, 고소득자의 보험료 상한을 올려 가입자들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리=심하윤·김서정 인턴기자 th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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