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석진 "우승했지만, 후지게 이기긴 싫었어요"

이이슬 2023. 10. 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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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우승자 하석진 인터뷰
'대탈출' 정종연 PD 두뇌 서바이벌 콘텐츠
"오목 못 두시네" 명대사…깔끔한 성격 호평

“나이 40 넘어서 스무살을 어떻게 이길까. 우승하려고 하지 말고 멋지게 하고 오자. 구질구질하고 후지게 플레이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나갔어요. 출연자로서 좋은 기운을 전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조차 처음 보는 제 얼굴도 반가웠어요. 뭐가 부족한지 알았고, 성장한 점은 무엇인지 보이더라고요. 저의 40대 현재의 기록이자, 인간 하석진의 교보제 같아요.”

배우 하석진[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하석진(41)은 '문제적 남자'(2019)에서 활약하며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라 불렸다. 한양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대 오빠'이기도 하다. 정종연 PD와는 예능 '대탈출'에서 '문제적 남자'와 컬레버레이션 특집을 통해 만났다. 당시 시공간을 초월한 탁월한 문제 풀이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 그 인연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서바이벌 '데블스 플랜' 멤버가 됐다. 연락처도 모르던 사이였지만 당시 플레이를 눈여겨본 정 PD가 출연진을 꾸리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오목 못 두시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뜨거운 승리를 거머쥐었다.

1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하석진은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이 계좌에 입금됐다"며 "가치 있게 쓰고 싶어서 사용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금은 원래 5억원이었지만, 플레이를 통해 금액이 줄어들었다. 그는 "우승을 기대한 적 없다"면서도 "결승전에서 두 놈(하석진·궤도)이 2억원을 날렸더라"며 웃었다.

지난달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데블스 플랜'은 지난 10일 12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덕분에 해외팬도 늘었다. 해외 시청자에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것이다. 하석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계정 팔로워 수가 10만명 이상 늘었다"며 "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메시지(DM)도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룹 세븐틴 멤버 부승관을 감옥에 보내고는 뱀 이모티콘 세례를 받았는데 귀엽고, 감사했다"며 웃었다. 그는 "플랫폼의 힘을 실감한다. 예전에 출연했던 드라마도 역주행하길 바란다. 앞으로 새 작품에 출연할 때도 '데블스 플랜' 위너라는 힘을 받고 시작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데블스 플랜' 스틸[사진제공=넷플릭스]

19년 차 배우인 하석진은 타 출연자와 달리 두뇌 플레이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니아는 아니었다고 했다. 예능이나 유튜브 콘텐츠에서 활약해온 이들과 출발부터 달랐던 셈이다. '데블스 플랜'도 하나의 콘텐츠로만 바라보고 출연했다. 플레이 초반, 그게 독일 줄 알았지만,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 그는 "평소 게임을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이해하는 속도가 느렸다"고 말을 꺼냈다.

"진심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장르적 특성상 마음을 들키지 않는 것도 중요했죠. 그 선을 잡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빠르게 파악하고 속이고 설득하며 적응한 친구도 있었지만, 저는 그러지 못해 초반에 이용도 당했어요. 그러면서 의도치 않은 탐색전을 벌인 셈이죠. 패가 갈리기 시작하면서 각 출연자의 성향이 보였어요. 피스 비밀을 풀면서 '앞 그룹에 들어갈 수 있겠다'고 느꼈고, 그때부터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어요."

가장 짜릿했던 게임으로 블라인드 오목을 꼽았다. 하석진은 "두 피스가 이시원과 나만? 어? 우리 둘이 갈 수 있다고? 알면서 짜릿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혼자서 세수할 수 있는 걸 발견했을 때도 짜릿했다"며 웃었다.

서바이벌 예능은 한 공간에서 고립된 채 일정 기간 플레이를 벌이며 진행되는 만큼 실제 성격을 숨길 수가 없다. 이를 경험한 출연자들은 "그 안에 있다 보면 '과몰입'을 안 할 수가 없다"며 "분노하거나 오열하는 마음도 다 이해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석진은 "해병대 캠프보다 더 고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고립이 큰 요소 같아요. 동원 훈련에 가도 힘들지만, 휴대전화는 할 수 있잖아요. 근데 '데블스 플랜'은 12명이 모든 통신 수단이 끊긴 채 같은 공간에 있으니까. 거기서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어요. '기욤이 떨어진 게 어제였어?' 했을 정도로 시간적 확장을 느꼈죠. 12명이 지구를 떠난 느낌이라서 감정적으로 요동쳤죠. 잘 버티다가 감옥에 갔을 때, 둘만 남은 조그만 성이 됐을 때 무너졌죠.(웃음)

배우 하석진[사진제공=넷플릭스]

"머리가 좋고 성격도 깔끔하다. 반했다." "감옥에서 하석진이 울 때 따라 울었다." "매력을 재발견했다."

이는 온라인상 '데블스 플랜'의 하석진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리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자연스럽게 본인의 성격이 드러나기 마련. 하석진의 실제 모습은 화제를 모았다. 인간관계를 대하는 깔끔한 성격에 여성 팬도 부쩍 늘었다. 그는 "어머니가 어제 전화 통화에서 '이불 개고 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가정교육 잘 받은 티가 난다'며 좋아하셨다"며 웃었다.

"약자의 환골탈태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는 제가 약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의도치 않게 언더독을 응원하는 분들께 응원받았어요. 운이 좋았죠. 그 이미지가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멍청한 역할은 못 하겠지만.(웃음) 우승자가 돼서 신뢰감을 쌓지 않았나, 고마운 프로젝트입니다. 제 꾀에 넘어가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 이를 계기로 활동에 대한 시각도 넓어졌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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